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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zejebell Jul 18. 2022

연하 남편

연하가 문제인가,  남편이 문제인가

지난주 하교하는 아이를 데리고 열심히 운전 중에 계속 급한 듯한 전화가 왔다. 간신히 주차장에 주차를 한 뒤 얼른 전화를 받았다. 남편에게서 온 전화였다. 

"좀 빨리 받지. 큰일 났어."

"왜? 무슨 일이야? 나 운전 중이었어."

큰 일이라는 말에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아니, 내가 카드로 계좌 이체한 뒤 잠깐 한눈 판 사이 누가 카드를 가져가 버렸어. 어떻게 해?"

"어?"

나는 잠깐 남편의 말이 무슨 소리인지 다시 돌려 생각했다. 왜냐하면 내 손을 잡은 아이는 계속 집에 가자고 징징거리고 있었고 내가 서 있는 곳은 아파트 주차장이어서 정신이 없었다. 사실, 조금 어이가 없기도 했다. 

'아니, 카드 잃어버렸으면 나한테 전화하지 말고 카드사에 전화해서 분실 신고하면 되는 거 아닌가?'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이 남편은 무슨 일이 생기면 다 내가 해결해 주길 바란다. 자기는 지금 바쁘니 나보고 하라는 말인 것이다. 순간 화가 치밀어 올랐지만 꾹 참고 말했다. 잔소리보다 일의 해결이 먼저니까.

"알았어. 끊어"

난 아이의 손을 잡고 뛰어 집으로 들어왔다. 얼른 카드사로 연락해 카드를 정지시켰다. 다행히 남편이 쓴 뒤에 카드를 쓴 흔적은 없었다.


나는 솔직히 너무 화가 났다. 사실 남편이 물건을 잃어버리고 카드를 잃어버린 것이 한두 번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계속 그 뒤처리는 내가 하고 있었고 제발 중요한 물건은 정신 차리고 잘 챙기라고 당부에 당부를 했다. 그러나 계속 물건을 챙겨 줘야 하고 잊은 것이 없는지 체크해 줘야 하는 남편은 너무나 손이 많이 가는 인간이었다. 난 아이를 챙기기에도 버거웠는데 남편의 생각은 내가 아이만 챙기기도 힘들 것이란 것에 미치지 못하는 것 같이 느껴졌다. 오히려 아이만 챙기는 나에게 불만이 많아 보이기까지 한다. 

나는 그런 남편이 너무나 철없이 느껴져 가끔 한소리 한다. 정말 정말 참고 참고 또 참다가 정 안될 때 한번 하는 그 말이 남편의 입장에서는 또 듣기 싫은 잔소리로 느껴지는지 그냥 알았다고 건성으로 넘기기도 하고 어쩔 때는 꽤 오래 삐져있기도 한다. 




도무지 알수없는 그의 쇼핑목록




남편은 나보다 어리다. 내 친남동생보다도 어리다. 물론, 내 동생은 나와 1살 차이밖에 안 나니 당연히 남편이 더 어리게 느껴지는 것일 수도 있다. 가끔 생각하는 것은 이 인간은 왜 이러는 것일까? 하는 의문이다. 카드를 잃어버린 날도 나 몰래 뭔가 중고거래를 하려다 일어난 일이었다. 

'나 몰래 뭔가를 사려니 마음이 급했겠지... 그러니 카드를 잃어버렸겠지.'

이 사실도 화가 났다. 남편은 옷도, 신발에도 집착이 있다. 난 그런 사실에 상당히 스트레스를 받고 있기도 하다. 옷도 모든 색을 다 모으고 싶어 했고 신발도 색을 다 맞춰가지고 싶어 했다. 돈이 많으면, 집이 크면(사실 돈이 많아도 왜 옷이랑 물건에 돈을 써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지만) 그럴 수 있다고 정말 많이 양보해서 생각해볼 수 있겠다. 그러나 현실은 그게 아니니 갑갑했다. 몇 번 이야기했지만 남편의 물건 집착을 포기시킬 수 없었다. 더 이야기해봤자 싸움밖에 안돼기에 그냥 적당한 선에서 가끔 경고만 날린다. 


나의 남편은 연하이다. 그래서 그런 것일까? 도대체 연하가 문제인 건지... 남편이 문제인 건지... 아니면 인간 자체가 문제인 건지.... 기다리면 자라기는 하긴 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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