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벤치의 이력

by 원더풀데이

게으른 햇살에

꾸벅꾸벅 늙은 고개가 졸다간

빛바랜 벤치

어느 한 때 노오란 애기똥을 받아내며

젊은 아낙네의 난처함을

달래기도 했었지.


어느 한 땐 막 시작하는 연인들의

낮은 소곤거림을,

그 은밀함을 엿듣기도 했었지.

개구쟁이 꼬마들이

소풍이라도 나온 날이면

그 왁자한 발길질에

설핏설핏 벗겨진 살 껍데기

찌릿찌릿 가시를 세우기도 했지만

아직도 비온 후면 새록새록

온몸에 눈물 배어 나오는 사연은

어느 실직자의 서늘한 주검을 받아내야 했던 일.


한 달포쯤이었나 싶어.

북풍한설이 몹시도 매서운 날이었지?

세월에 등 떠밀려 온 한 허름한 삶이 있었어.

꾸깃꾸깃 신문지 한 장에

제 인생을 송두리째 둘둘 말아 내팽개친 그를 위해......


밥상이 되고,

침상이 되고,

말벗이 되고,


그러나 그 숱한 이력들,

어느덧 전설로 나뒹구는 낙엽 되어


나는 마냥 이렇게 늙어만 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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