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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마엘PD Aug 31. 2022

스무살 함께서기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자립준비청년 캠페인

항상 자립준비청년을 부를 때, '열여덞 어른'으로 많이 표현한다. 최근 초록우산어린이재단에서 '스무살 함께서기'라는 이름으로 캠페인을 진행한다는 연락을 받았다. 연락의 내용인 즉슨, 캠페인에 참여해 줄 수 있냐는 것이었다. 그리고 참여하기로 했다.


#자립과 독립

많은 사람이 자립과 독립을 혼용 하는 것 같다. 그래서 자립에는 그 어떤 도움없이 혼자 모든 것을 감내하며 잘 살아가는 것 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내가 생각하는 자립에는 "도움을 청하는 용기"도 포함된다. 나는 현재 휠체어를 타고 있다. 한참 재활을 하고 있을 때, 나의 담당 선생님께서 나에게 이런 말씀을 해주셨다.


도움을 청할 수 있는게 가장 멋지고,
자신도 많이 배우고 싶은 자세였다


도움을 청할 수 있다는 자체가 마음의 힘이라고 생각한다. 나의 부족한 면을 극복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수용하는 것 또한 매우 중요하다. 당장 내가 할 수 없기에 지금은 도움을 요청하지만, 언젠간 내가 그것을 해나아갈 수 있는 사람이 되면 될 뿐이다. 그런 의미에서 자립은 심리적인 부분에도 많은 영향을 준다.


최근 안타까운 사건이 연이어 일어났다. 보육원 퇴소 자립준비청년들의 죽음, 많은 정치와 사회에선 그들을 향한 금전적 지원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자립준비청년 당사자들은 말한다. 새로운 지지체계가 필요하다. 그리고,  지지체계의 시작은 "위탁가정" 그리고 "시설, 그룸홈" 이어야 한다고 말이다. 현재 일어나고 있는 많은 자립준비청년들의 죽음은 원인조차도 규명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저 이렇게 죽었을 것이다. 라고 할뿐이다. 그러나, 죽음을 선택할  밖에 없었던 것은 사실 "  살고 싶어서"라고 생각한다.


나는 자립준비청년이면서 장애를 가지게 되었다. 장애를 처음 맞닥뜨렸을 때, 사실 죽고 싶었다! 그런데, 죽을 수도 없었다. 몸이 움직이지 않았으니까 말이다. 그 자체가 날 더 비참하게 했다. 내가 내 몸을 움직여 죽음 조차도 선택할 수 없다는 절망감, 그래서 처음에는 "죽기 위해서 재활을 선택했다!" 몸을 움직여야 죽을 수 있었으니까 말이다. 그러다 점점 마음이 바뀌었고, "죽을 용기로 살아가자!" 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것이 장애를 처음 맞닥드렸을 때 솔직한 내 심정이었다. 그 때 죽음을 선택 하고자 했던 건, 너무 잘 살고 싶은데, 그럴 수 없는 내 현실 때문이었다.


진짜 자립준비청년들에게 필요한 지원은 무엇일까? 그리고 지금 현재 우리가 하고 있는 캠페인과 활동에 대해서도 다시한번 깊게 돌아보게 되었다. 말 실수한 것은 없는지? 혹은 당사자로서 그들의 입장을 헤아린다고 했으나, 고려하지 못한 것들은 있지 않은지 말이다. 결국, 정말 필요한 지원은 금전적인 것들보다, 사랑과 관심이 아닐까 라는 생각으로 기울게 되었다.





#자조모임

  "청년들의걱정없는하루"

현재 진행하고 있는 초록우산 남부가정위탁지원센터 "청년들의걱정없는하루"라는 가정위탁 중심의 자조모임에서 한 친구가 이야기 해줬던 내용이다.


자조모임에서 이야기를 나누면,
다른 일반 친구들이 줄 수 없는 공감과 위로가 있고, 서로 서로간의 유대가 있다.


어쩌면 더 많은 자조모임이 활성화 되어야 할 이유인지도 모르겠다. 주변 일반 친구들은 겪어보지 않았기에 이해해 줄 수 없는 말들도, 우리는 모두 겪어 왔고, 겪어 봤기에 이해하고 공감해주고, 때로는 팁을 주기도 하면서 서로에게 지지기반이 되어준다는 것이다. 그래서 여전히 자조모임 '청하(청년들의걱정없는하루)', 청자기는 함께 만들어지고, 지어져가고 있다. 그래서  '스무살 함께서기' 라는 이름이 마음에 들었다. 우리는 함께이기에 해낼 수 있었고, 같이 외칠 때 바뀌어가는 것들을 볼 수 있었다.


끝으로, 내 지인 혹은 친구인 자립준비청년의 손을 잡아주고 싶다면, 때로는 오래 기다려야 할 수도 있으며, 때로는 급진적으로 다가오는 그들이 부담스러울 수도 있으며, 자신안에 갇힌 모습이 안타깝고 답답할 수 있다. 그러나, 그런 다양한 상황들 가운데 자립준비청년의 지지기반이 되어준다면 "진정한 함께서기"를 경험할 수 있을것이다. 그러니, 우리의 손을 잡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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