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군화끈만 묶어봤는데 아이들 머리 묶으려니

남자 보육교사 일대기 8

by 찬찬이

묶어본거라곤 군화 끈밖에 없던 내가 여자애들 머리를 묶어주는 교사가 되다니.


대학 시절에 '어린이집 교사로 근무하게 된다면 뭐가 제일 어려울까?' 주제로 팀플 과제를 받은 적이 있다.


부모 응대, 놀이 확장 등,

다양한 의견들이 오갔었다.


그때는 몰랐다.

거기 나온 의견들 외에 전혀 생각지도 못한 어려움이 있으리라곤.


난 여자애들 머리 묶어주는게 너무나도 어려웠다.


초임 때는 나를 불쌍히 여긴 두 동료 선생님들이

"넌 청소를 하거라, 머리는 내가 묶겠다."

라고 한석봉 어머니처럼 말씀해주셔서 그렇게 많이 묶어줄 일이 없었는데.


2년차 때는 담임교사 수가 줄었고, 여자애들이

반 이상인 학급을 맡게 되어서 나도 머리를 많이

묶어줘야되는 상황..!


초임교사 때 7살 여자아이가 머리를 묶어주는 나를

보더니 "애들아, 선생님 머리 묶어주는데 엄청 안절부절못한다?"라고 한 이유로, 심인성 머리 못묶어 병에 걸린 나 ...


마치 월드컵 엔트리에 들기 전 평가전에 임하는 선수의 마음으로 아이들의 머리를 묶어줘야했다.


"머리 못 묶어서 퇴사하겠습니다."

할 수는 없으니 ...


동생에게 용돈 주고 머리 묶기 연습 +

아빠도 할 수 있는 머리묶기 모음 유튜브 영상

등을 보고 연습했던 것 같다.


위의 사진은 그때의 비장한 내 모습을 담은 것 같아서 올려보았다.


내가 오픈하는 헤어샵의 머리 종류는 무조건 양갈래 혹은 한묶음 ...

티니핑 머리, 뉴진스 머리를 요구하는 그녀들에게

다른 선택지 따위는 존재하지 않았다.


등원한 여자애 머리를 교실 밖에서 묶어주고

들여보냈는데,


"00이가 오늘 머리 스스로 묶어봤구나~!"라고 말하던 교실 안 다른 선생님의 말이 잊히지 않는다.


여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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