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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추억-작은 행복, 큰 기쁨

그땐 그랬었지

다른 사람을 행복하게 하는 것이
인문학의 기초이다.

옛날이다.
아버지가 퇴근 길에 고등어 두마리를 사가지고 오셨다.
기분이 좋은 아버지.
그 날 벌이가 좋았나보다.
기분이 좋으니 가족들과 함께
고등어 두마리로 몸보신(補身)을 하자고 한 뜻일게다.

게다가 좌판(坐板)에 팔다 남은 생선 서너마리를 두고
기운이 없어 힘들어하는 할머니를 보시고는
냉큼 돈을 끄집어 내어
고등어 두마리를 사신 것이다.

그리고 평소에도 가벼웠지만,
더 가뿐한 발걸음으로 냅다 집으로 향하였다.

"여보 나 왔오. 옛다 생선도 가지고 왔오."
아마도 큰 칭찬을 기대했던 것 같다.
그러자 부엌에서 큰 소리가 났다.
"이걸 생선이라고 사왔오?
썩은 동태눈깔 모양을 한 생선을....
다 상한 것을 오늘은 어떤 할맹구가 팔아먹었오!"

순간 아버지는 어깨가 축 쳐졌다.
방금까지 행복했던 아버지는
가장 불행한 사람이 되었다.

아마 이런 것을 기대했는 모양이다.
"수고가 많았구려.  오늘은 어제보다 벌이가 좋았나요?
생선까지 사오시게.  기다리시구랴.  냉큼 조림을 해올께요.
얘들아! 아버지가 생선도 사왔다. 우리 오늘 행복한 날이다."


그러나 반응은 정 반대였다.

어떤 가정이 더 행복한 가정일까?
행복을 나누어주려고 수고했던 그 과정을
조금이라도 인정했다면
더욱 행복하지 않았을까?

제주향토문화해설가 고수향씨가 Chat-GPT로 그린 그림


어제 큰 딸 아이가
모처럼 엄마 머리 핀을 사왔다.
그것도 포장을 이쁘게 하고, 예쁜 봉투에 담아가지고 왔다.
집에 들어오자 마자
"엄마 여기 선물있어요. 예쁜 머리 핀이예요"

봉투를 열고 머리핀을 본 엄마는
"무슨 돈으로 이 머리 핀을 샀냐?
자꾸 이렇게 돈을 허튼 곳에 사용하면
언제 저금을 하냐?"
이 때 큰 딸아이는 머쓱해졌다.

아빠인 나는 해야 할 일이 생겼다.
바로 이 순간을 놓치면 안되는 일이었다.
"큰 애가 엄마 주려고 이 머리핀을 살려고
기쁜 마음으로 골라서 사왔는데.....인정해 주구려!"

그러자 센스가 있는 아내는 "고맙다."고 하였다.
또 나는 "머리에 핀을 꼽고 거울을 좀 보세요."
아내는 거울로 다가갔다.
큰 애는 거울로 다가간 엄마 뒤에서
"이렇게 여기에 머리핀을 꽂아야 되요."
하면서 나를 보고 말했다.
"아빠 고마워요."

행복이 별 것 있나?
행복을 나누기 위해서
함께 행복하기 위해서
공들인 수고를
단지 인정만 해주어도
모두가 행복할 텐데......

인문학(人文學)의 기초는 여기에 있다.
행복을 나누기 위한 서로의 수고를 격려하고
그 안에서 고마움이 회자(膾炙)되면
그것이 행복아니겠는가?

오늘 행복하면,  내일도 행복하다.
오늘 불행하면,  내일도 불행하다.
행복하기 위해서 노력을 하거나 치열하게 달리기보다는
오늘 주어진 행복을 감사하면서 그 행복을 누리면
일평생 행복하지 않을까?

나를 바라보는 그대의 눈길과
나를 향해 뻗은 그대의 손길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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