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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어두운 세상인데(1)

"What is the light?

세상은 희망이 가득합니다.

세상에는 할 일이 많습니다.

자 두 손을 앞으로 내밀고

힘찬 발걸음을 앞으로 내디도록 합시다.


과연 그러할까?

나이가 들면서 하나둘씩 잃어간다.


기억력이 내 곁을 떠나간다.

"안녕하세요?"

반갑게 인사를 하면서 다가오는 눈길을 보았다.

나는 목례로 답하면서 미소를 보냈다.

"누구지?"


그는 나에게 다가와 나의 손을 잡으면서

"오랫만이지요?  자주 인사드리지 못해서 죄송합니다.

 앞으로 자주 인사를 드리도록 하겠습니다."라고 말하면서

다정한 표정을 지었다.


3~4분 되었을까?

아주 짧은 시간이었다.

그나 내 곁을 떠난 후 나는 깊은 고민에 빠졌다.

"누구지? 아... 나는 왜 이리 기억하지 못할까?"

건강이 나를 보고 손짓을 하며 멀리 사라진다.

하루에 스무시간 걸어도 지치지 않았는데.

어느 순간부터 "관절이.. 허리가..."하면서

나도 모르게 비명을 지른다.


운전을 하면서 저 멀리 보이는 도로표지판이 선명하게 보였는데.

"아니 도로표지판을 왜 이렇게 드문드문 세워놓은거야?'하며

나도 모르게 불평을 한다.


책을 펴놓고 얼마나 재미있게 읽었는지 모른다.

어느날 책꽂이에

아주 낯설게 여겨지는 책 제목이

눈 앞에 들어왔다.

"아니 우리 집에 이런 책이 있었어?"

나는 책꽂이에서 그 책을 집어들었다.

"오늘 이 책을 꼭 봐야겠다."

그리고 나는 책장의 첫 페이지를 넘겼다.

나는 첫페이지에 씌여진 글귀를 보고 나의 

두 눈이 튀어나올 것 같은 느낌을 가졌다.

"1993년 2월 20일 첫번째 완독하다...

1996년 7월 7일 두번째 완독하다."

이미 두번이나 완독한 이 책이

나에게는 아주 새롭게 다가온 것이다.

물론 두번이나 읽었는데,

이 책에 담긴 내용이

하나도 생각이 나지 않는다.

이렇게 나이가 들었는데

항상 말로는 "아직 이팔청춘이야."라고

큰 소리를 치는 나의 모습이 우습다.

젊은이들에게 "아직 뭘 몰라서 그래."라고

핀잔을 하는 나이든 사람을 보아도 우습다.

과연 알고 있는 것 중에 남은 것이 무엇일까?


하나 둘씩 나의 곁을 떠나가고

다가오는 것은 거친 피부와 팽팽하던 얼굴에 자리를 잡은 두터운 주름들 뿐이다.

살아온 경륜이라는 것은

급격히 새로워지는 세상에 쓸모있는 것을 찾아보는 것이 쉽지 않다.

"이전 것은 지나갔으니 보라 새것이 되었다."


그렇다.

전(前)의 지식이나 경험은

이미 그 유효기간이 지난지 오래되었다.

키오스키(Kiosque), 메타버스(Metaverse), 에이아이(AI) 등

더디게 배워서 쫓아가기에

나의 걸음걸이는 너무 늦다.

이미 앞지르기에는

너무 힘겨워하는 나를 바라본다.


세상은 희망이 가득하다고 하지만,

과연 누구를 향하여 말하는 것일까?


젊은이들은 여전히 

실업상태에서 괴로워하고 있다.

빈부의 격차는 극복하기 어려울 정도로 심각하다.

정치인들의 카르텔 뿐 아니라

TV에 등장하는 연예인들도

이젠 가족까지 동원해서 생계를 이어간다.

 그 틈새를 파고드는 일은

결코 용이한 일이 아니다.


아직 어둠이 가득한 세상..

세상은 아직도 어둡다.


언제 우리는 빛 가운데서 서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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