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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창(同窓), 동문(同門) 동기(同期)가 있나요?

친구가 되세요

30년 전

같은 국민(초등)학교를 졸업한

동기를 40년만에 만났다.

그는 나에게 명함(名銜)한장을

나에게 건넸다.


명함 앞에는

"~~주식회사 부장 ###"이라고

씌어있었다.

"와우 부장이구나. 잘 살고 있구나."

나는 습관적으로 명함을 뒤집었다.

그 순간 나의 눈동자는 두배로 커졌다.


그 이유는 깨알같은 글씨로

명함 뒤가 가득 채워져있었다.

"이게 뭐야? 뭐가 이렇게 많냐?"


그 안에는 별의별 직함이 그득했다.

'~~~동창회, ~~~산악회,

  ~~~전우회, ~~~동호회.

  ~~~후원회.~~~종친회...."

신기할 정도로 다양한 조직들이 열거되고

그 조직의 직함이 적혀져있었다.


"와우.  이게 다 네가 관리하는거냐?

 너 앞으로 정치하려고 하냐?"

단도직입적으로 제기하는 나의 질문에

"아냐 그저 그래." 하면서

말끝을 흐렸다.


그와의 만남을 뒤로하고

집으로 돌아오면서 나는 속으로

중얼거렸다.

"짜식.... 마당발이네..."


그로부터 20년 뒤

갑자기 핸드폰에 문자가  떴다.

"부고(訃告)"였다.


부지런히 발걸음을 옮겼다.

장례식장(葬禮式場)은 입구부터 혼잡했다.

안내화면을 보고

부리나케  조문(弔問)을 하러 갔다.

입구에 다가가자 나는 당황했다.

조문객을 받고 식사를 하는 자리가

한 칸이 아니라 두칸이었고

이미 발 디딜자리 없이 인산인해였다.


식사를 하기 위해

안내를 받아 착석(着席)하려는 순간.

누군가가 다가와서 나의 앞자리에 앉는다.

"야 너 참 오랫만이다. 몇년만이야!"

50년 정도가 되었나.

국민학교 동창이었다.

"여기에서 너를 보는구나. 반갑다."

나는 손을 내밀어 인사를 하려는 순간,

다른 친구가 백발(白髮)이 되어 다가온다.

한 둘이 아니었다.

"저 친구 때문에

우리가 여기에서  만나는구나!"


나는 속으로 생각했다.

'그래 이 인간 덕택에 이들을 다시 만나네.'


이때 다른 친구도 말했다.

"이 놈 명함 봤었지?

 그 많은 조직과 다 연결되어

  가교(架橋)역할을 했잖아.

  여기 조문하러 온 사람들,

  다 이 친구가 관리했었나봐.

  그 많은 모임에 나가더니.

  우리 모두 이들을 몰라도

  이들은 모두 이 친구를 잘

  알고 있어."

 

자초지종(自初至終)을 듣고보니

이 친구가 동문들을 연락해서 모이게 하고

동문회를 활성화시켰는데, 동문회 뿐 아니라

이 많은 조직에서 감초같은 역할을 희생적으로 감당을 잘해서 모든 사람들이 고마워 한다는 이야기이다.


"정치하려고 한 게 아니라 진실로 훌륭한 일을 했구나.  우리가 이제 살 날이 얼마 남았냐?

 이 친구 장례를 치루면 우리 자주 만나서 모임을 뜻있게 만들어가야 하지 않겠나?"


모두 같은 목소리로 화답하며 뜻을 같이했다.

슬픈 표정으로 조문하러 갔다가 돌연히 동문회 활성화를 위해 뜻을 모은 격이 되었다.


집으로 돌아오면서 곰곰히 생각했다.

"저 친구 아니었다면,

  나에게 어떤 친구가 있는가?"


학교를 졸업할 때마다 같이  수학(修學)했던 이들과 관계가 끝났다.

직장을 옮길 때마다 전직장동료와의 관계도

자연스럽게 희미해졌다.

친척들과의 만남도 사회생활에 치중하다보니 거의 뜸해졌다.


"내 곁에 누가 남았지?"


어느 사이에 나는 집 안으로 들어섰다.

"당신 오셨나요?"


텅 빈 공간에서 거친 공기를 가르듯

아내의 목소리만 나를 반겼다.


"그래 아이들도 다 떠났지."


나는 양복을 벗으며 다시  입을 수 없는 옷들이

옷장에 가득 걸려있는 것을 보면서 "홀로 된 나" 응시하고 있었다.


나도 모르게 손은 아들에게 전화를 걸고 있었다.

"아버지? 왠일이세요?"

나는 돌발적으로 물었다.

"아들아 너 동창회에 나가니?

  너 초등, 중고등학교 친구들 만나고 있니?

 그 친구들 소홀히 여기지 말아라..

 다 귀하단다.."


나는 전화기를 통해 들려오는 아들의 목소리를 들으면서 상념(想念)에 젖어들었다.


"진작에 친구가  되어줄 걸.

  내가 뭐 잘났다고..."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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