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

당신 덕분입니다

아침에 눈을 뜨니

당신은 이미 일어나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지요.


퇴직한 남편의 뒤늦은 출근을 위해

작은 도시락을 정성껏 준비하려고.


마치 당연한 듯 보이는

당신의 아침 일상은

나에게는 한없는 고마움입니다.


서둘러 단장을 하고  있는데

"오늘 무척 춥습니다.

  점퍼를 바꿔 입으시오."


탁자 위에는 작년에 입던

두꺼운 점퍼가 지퍼가 잠겨진 채로

누워있었다.


나보다 한발 먼저 나를 생각하고

준비하는 그대가 고맙습니다.


결혼식을 하고 서너 해 지났을까?

"이제사 당신을 보니

 무척 불편해보입니다. 생각 이상으로."


아니 이게 무슨 말인가?

목발을 짚은 채로

첫만남을 가졌고

한 주에 한 번 꼭 만나 데이트를 하고

수많은 증인들 앞에서 서약을 하고

아이를 낳고 살아왔는데

이제야 남편의 불편함을 목도했다니.


"그걸 이제 알았소?

  어떻게 나와 결혼한 것이오?"


아내는 이렇게 말했다.

"내 눈에는 목발짚은 당신보다

 꾀죄죄하고 초라한 옷차림

 헝클어진 머리와 빨지않은 신발

 구부정한 자태를 보면서

 나없이는 사람 노릇을 못하겠다고

 생각했지요."


목발짚은 장애를 겪는 몸보다

외양(外樣)이 더 안타깝게 보였다는

그래서 동정(同情)이 동기가 되었다는?


어쨌든 감사하오.

그런 마음을 주신 신(神) 감사드립니다.


전동휠체어에 몸을 싣고

문을 나서려는데

아내는 한 손으로는 문을 열고

다른 한 편으로는 창문으로

주차장을 내려다본다.

"생각보다 더 추운 것 같은데."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와

대기하고 있던 장콜에 올랐다.

그때까지 아내의 눈은

나를 떠날 줄을 몰랐다.


벌써 36년이 지나

37년째를 접어드는 결혼생활인데

그녀에게는 신혼 초

만학도(晩學徒)인 남편의 등교길을

배웅할 때와 지금이 똑같다.


늘 한결같은 당신

감사합니다.


누가 명령한 것도 아니고

감히 부탁드린 것도 아닌데

변함없이 나를 바라보는

당신의 마음에 사의(謝意) 표합니다.


돈도 지불하지 않고

노력도 하지 않았는데

나의 존재 바탕이 되는

"시간, 공간, 물, 공기, 땅, 하늘"

그리고 영원한 하나님과 같이

당신은 나의 실존의 근거입니다.


다시한번 감사드립니다 .

사랑합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