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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이 필요했다 간절히

달리 방법이 있을까?

조바심이 생겼다.

합격자 발표가 있는 날.

나는 혼자 학교를 향해 걸어갔다.

교정(校廷)에 들어서니 많은 사람들이

맞은 편에 서 있는 게시판 앞에 서있다.


이미 어떤 친구는 고개를 떨군 채

게시판을 등지고 멀어져가고 있었다.

다른 친구는 가족들과 함께 왔는지

다른사람의 분위기와 달리

환호성을 지르고 있다.

이것만으로도 합격과 불합격이

극명하게 드러난 것 같았다.

"그러면 나는?'

나는 내친김에 빠른 속도로 달려갔다.

"이○○"

이름 석자가 합격자 명단에 선명하게

빛을 바라고 있었다.


Photo by K.S.H

1년전 불합격 되었을 때

한편으로는 "내년이 진짜야!"라고

자위하기도 했지만

속으로는

"내년에도 도전이 가능할까 ?"하며

짧은 절망도 했다.

버스를 타고 한강대교를 건너오는데

그날따라 시퍼런 한강물이

나를 부르는 것 같았다.

"아하 이래서 종종 이곳에서

자살을 많이 하는구나 "

니는 이런 생각을 하고 있다는 사실에

섬뜩함이 내 심장 안으로 파고 들었다.


그러나 1년뒤의 심정은 변했다.

한강물은 겨울 태양에 반사되어

화사함 그 자체였다.


집에 가서 연로하신 아버지에게

알려드려야 했다.

"나이 서른에 가까운 아들이

대학생이 되었습니다."


아버지는 놀랬다.

나이 칠십에 막내아들이 대학생이 되다니.

"입학금은 내가 줄께."

예상하지도 못한 대답을 아버지께서 하셨다.


"아하 등록금이 있었지?"

공부할 때는 "합격(合格)"이란 단어만

생각했는데,

미처 "돈"문제를 깊이 생각하지 못했다.


이제부터 등록금을 마련해야겠다.

이를 위해서는?


마침 S대학에서는

1학년에는 반1,2등.

2학년에는 반1등에게만 주어지는

전액장학금

(Full Scholarship)제도가

있었다.


"이것을 받아야겠다!"

합격의 기쁨을 누리기도 전에

나는 장학금 받기 위해서 준비를 해야했다.


곧 중간고사가 다가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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