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변하지 않는 것이 있을까?-3

변화와 안정, 둘 다 잡을 수 있을까?

필수 어머니는 반가운 얼굴로 뛰어나왔다.

필수는 어머니를 품에 안았다.

19살 집을 떠날 때 어머니는 곱고 단아했다. 비록 앞뒤 안가리고 닥치는대로 일을 하며 많은 아이들을 낳고 고생했지만 어머니는 중후했다. 하지만 지금 필수의 품에 안긴 어머니는 너무 왜소하고 가벼웠다. 필수를 안은 어머니 팔은 여전히 힘이 있었으나 너무 말랐다. 필수의 가슴에는 굵은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아버지 얼굴은 보이지 않았다. 필수는 어머니의 손을 잡고 집 안으로 들어갔다. 아버지는 주방에서 무엇인가 수리를 하고 있다가 뒤를 돌아보았다. "왔니?"그것 뿐이었다.


필수는 동생들을 쳐다보았다. 그 사이 모두 성장했는지 처음에는 몰라보았다. 둘째 셋째 동생도 직장을 다니고 있었다. 넷째는 대학생, 막내는 고등학교를 다니고 있다고 했다. 필수는 학교를 다니고 있는 넷째 다섯째에게 용돈을 주고 어머니에게는 봉투를 안겼다. "저 며칠 뒤면 외국으로 떠납니다. 몇년이 될 지 모르겠지만 시간이 오래 걸릴 것 같습니다. 그동안 건강하게 지내세요. 종종 귀국할 때마다 들리겠습니다. 너희들도 잘 자라주어 고맙구나." 필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둘째 영수는 오랫만에 만난 형을 보면서 "벌써 일어나? 또 떠나는거야?" 필수는 영수의 손을 잡고 "미안하다 네가 고생이 많았구나."하며 어깨를 다독였다. 영수는 "형. 나 다음달 결혼해. 형보다 먼저 결혼해서 어떻게 하지? 미안해서."라고 겸연쩍은 표정으로 말을 건넨다. 필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래 잘 했다." 필수의 대답은 간단명료했다.


필수는 빨리 자리를 뜨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했다. 십여년간 집을 떠나 살다가 갑자기 돌아와 장남 혹은 형/오빠 행세하는 것이 자연스럽지 않다고 여겼다. 아우들과 한명씩 포옹을 했다. 넷째/다섯째에게 귓속말로 전했다."형/오빠에게 연락해. 필요한 것이 있으면." 어머니는 돌발적인 방문과 떠남에 어쩔 줄을 몰라 당황한 표정이 역력했다. "어머니 외국에서 조금 안정되면 연락드릴께요 아버지와 함께 놀러오세요." 어머니는 다시금 필수의 품에 안겨 눈물을 흘리고 계셨다. "식사라도 같이 해야하는데. 엄마가 해 준 따뜻한 밥 한그릇은 먹고 떠나도 되지 않을까?" 필수는 "이제부터는 제가 자주 연락드릴께요 "라고 대답하면서 집을 나섰다. 아버지는 끝내 얼굴을 볼 수 없었다.


집을 떠나가는 필수의 발걸음의 속도 빨라졌다. 아니 급하게 부는 바람을 타고 더 빠르게 느껴졌는지도 모른다. 필수는 오피스텔에 도착해서 짐정리를 했다. 다행스럽게도 집주인과 잘 해결되어 정산도 깨끗하게 정리되었다.

푸꾸옥. 도시모습

필수는 이틀 뒤 일본으로 떠났다. 일본과 인도. 거리감을 상당하게 느끼도록 만드는 두 나라. 단 영국이란 매개체가 두 나라를 엮고 있다. 섬나라로 식민지 확장정책을 통해 섬나라의 한계를 극복하려는 한편으로는 지배라는 자부심과 다른 한편으로는 섬나라라는 열등감에 젖은 그래서 국제관계에서 상통하는 나라. 여전히 무력한 왕을 두고 민주정치를 펼치는 과거와 현재를 뒤섞은 것도 공유하는 두나라. 인도는 영국의 지배를 받았지만 지금도 영연방그늘을 벗지않고 누리면서도 세계에서 가장 큰잠재력을 소유하고 있는 나라. 간디로 인해 민주주의를 꽃피우려고 했지만 21세기인 지금도 힌두교와 신분제도를 유지하면서 갠지즈강에서 화장(火葬)을 하고 그 물에 몸을 담그며 깨끗함을 유지하려는 극단의 모순을 조화라는 이름으로 자부심을 갖는 거대한 나라.


필수는 이 두 나라를 오고가며 집시생활을 시작했다. "안정된 살은 언제 누릴 수 있을까?'라고 결혼생각도 하지않고 살아가는 필수에게 더더욱 불안정한 삶이 노도와 같이 밀려오고 있었다.


삼년 정도 지났을까? 두 지역도 아니고 거리가 먼 두 나라를 오가는 여정에 익숙해질 즈음, 필수에게 한통의 문자가 도착했다. "형. 나. 영수야. 나 아빠되었어. 그리고 셋째 명숙이도 결혼했어. 아버지는 환갑이 지나 조금 있으면 칠순이 되어가네."


필수는 깊은 섕각에 빠졌다.

동생들의 삶이 끊임없이 변하고 있고. 부모님도 늙음과 친해지고 자신도 혁신에 가깝게 달라진 삶을 살아가고 있는데, 또한 자신만 변하지 않고 정체뎌어 있다는.. 그렇다면 정체되어 있는 것은 평화로운 것인가? 아니면 쉬지않고 변하는 것이 평화로운 것인가? 필수는 직장생활, 오랫만에 만난 가족들 그리고 지신을 비교하면서 보다 안정된 삶을 추구하면서 지금까지 지내왔던 과거를 하나둘씩 되짚어보기로 했다.

어느 화가의 조소작품

그러다가 불현듯 철학자의 말이 떠올랐다.

"사람은 흐르는 물에서 같은 물에 발을 두번 담글 수 없다." "구르는 돌에는 이끼가 끼지 않는다 " "만물의 근원은 불이다."

모든 말의 핵심이 "변화((變化, Change)가 본질" 임을 주장하고 있지않은가? 오히려. 변화가 안정의 햭심이요 변화하지 않는 것이 도리어 불안함을 가리키고 있다.


필수는 초보적인 생물지식 아니 의학적인 상식을 끄집어냈다. "그래. 내 피부도 어제의 피부가 아니지. 매일 낡은 것은 사라지고 새로운 피부가 생겨나지. 만일 이런 작용이 없다면 피부는 죽은 것이겠지?'


필수는 다시 인도로 들어간다. 이 변화가 멈춘다면.... 나는 살아있다고 주장할 수 없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