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소유는 아니고
필규 부부는 인터넷 검색을 시작했다.
물론 법적인 조항도 살펴보았다.
입양(入養)조건이 간댜하지 않았다.
"정말 우리가 좋은 부모가 될 수 있을까요?
자녀를 낳고 직접 양육해 본 경험도 없는데."
필규 부부는 입양특례법을 나름대로 정리를 했다.
부모의 자격은 연령 만 25세 이상이어야 하며, 자녀와의 연령 차이가 45세 이내일 것이 권장된다.
혼인 상태 혼인 중인 부부여야 한다. (독신자 입양은 별도의 엄격한 심사를 거쳐 가능하나 보편적으로 부부를 우선함)
경제력 자녀를 부양하기에 충분한 재산과 안정적인 소득이 있어야 한다.
가정 환경 자녀가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는 안정된 가정 환경과 양육 환경을 갖추어야 한다.
신체 및 정신 자녀를 양육하기에 적합한 신체적, 정신적 건강 상태여야 한다.
범죄 기록 아동학대, 성폭력, 가정폭력, 마약 등의 범죄 경력이 없어야 한다.
43세가 된 필규, 41세가 된 필규아내는 "조금만 늦었어도 입양도 못할 뻔 했네요."라고 말하면서 씩 웃었다..
한창 입양에 대해 공부를 하는데 일찌기 결혼하고 자녀들이 초중생이 된 친구부부들이 필규네를 찾아왔다. 그동안 늦게 결혼한 이들을 격려하고 그 누구보다 기뻐했던 친구부부들. 게다가 자녀출산 문제로 틈틈히 자문을 구할 때 마치 친정부모처럼 알기쉽게 설명하며 다양한 정보를 제공했던 벗들이다. 필규가 결혼한 후에도 일년에 대여섯번 정도 빈번히 만남을 가져 교제를 나누었던 부부들. 오늘. 필규네 집에서 조촐한 파티를 열어 초대를 했다.
작은 공간이지만 다섯쌍이 만나 식사를 하고 대화를 나누기에 딱맞는 규모였기에 이들은 식사하고 차를 마시며 웃음꽃을 이어나갔다.
"사실 필규 자네에게 하는 말이지만,
지금 너희부부가 너무 부러울 때가 있어."
필규는 무슨 말인가 하고 고개를 돌렸다.
"우리 두 애가 있잖아. 키우기 너무 힘들어.
뭐 그랬다고 내가 아이들에게 아주 잘 했다는 생각은 안들어. 사실 우리부부 직장 다니고 자녀양육하는 두마리 토끼를 잡는 것. 해 보니까 이거... 말 처럼 되는 것이 아니야."
친구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친구 아내가 말을 이어갔다.
"맞아요. 필규씨 잘 알지요. 우리부부. 열심히 살았어요. 그런데 지금 와서 보니 우리 네식구 모두 따로 국밥이더라구요. 사춘기 들어선 큰 애. 그 아이는 우리 부부 머리 꼭대기 서 있어요 둘째는 뭐 삼춘기라나 걔는 오빠 머리 위에 있어요. 우리 부부는 애들 밑에 있어요. 물론 아이들이 어렸을 때는 즐거웠지요 보람도 있구요. 지금은 대화도 안되고..게다가 우리가 마치 은행금고인 줄 알아요. 매일 달래요. 처음에는 따로 주었다가 자세히 보니까 이중과세더라구요 그래서 우리 둘이 합의했어요. 서로 소통하기로. 아이구 소리가 매일 나와요"
한숨과 한탄이 섞인 읖조림이 끝나자 옆에 있던 친구 부부가 입을 연다.
너희도 그랬구나. 우리 집도 그런 전쟁이 시작된 지 꽤 됐어. 초기에는 내 자식이지만 이해가 안 돼서 내가 정신이 나가더라고. 내가 혼미해졌어. 근데 애들은 멀쩡하더라고. 왜 당신 혼자 이상하냐? 이런 얘기야. 그래서 포기했어. 그래야 너는 너희 길 가라. 나도 나의 길을 간다. 모터가 하겠어. 내 말이 아이들 귀에는 들리질 않는 것 같애. 사실 가끔 보면 나도 무슨 말을 했는지 모르겠더라고. 왜냐고? 나만 흥분하고 있으니까 흥분하고 있는데. 내 말이 무슨 논리적이고 조리가 있겠어. 그저 감정에 북받혀서 혼자 떠돌고 있는 것이지 그런 나를 바라보면서 아이들은 그냥 쳐다만 보고 있더라고. 그게 나를 더 미치게 하더라고"
그러자 친구의 아내가 차분한 목소리로 또박또박 한마디를 한다.
" 당신 알고 있었어요. 이 사람과 아이들과 다투는 장면을 옆에서 보고 있다면 아이고 미치겠어요. 우리 집에 애가 셋이에요. 똑같은 애들끼리 셋이서 싸우고 있더라고요. 그러니 나는 또 할 말이 없어요. 나까지 개입하게 되면 아이가 넷이 되니까요. 왜냐고요? 나도 별 수 없지요. 일단 뚜껑이 열리니까요. 그래서 가만히 옆에서 보다가 그냥 그 자리에서 물러나요. 그런데 한 가지 더 이상한게 있어요. 가끔 아이들이 우리들에게 무슨 이야기를 하는데 아이들이 하는 말의 용어를 전혀 내가 이해할 수 없어요. 줄임말인지 약자인지 아니면 무슨 말인지 그러니 대화가 안 되죠. 일단 단어의 뜻이 서로 소통해야 대화가 될텐데 아이들과 저희들이 쓰는 용어가 달라요. 마치 외국인 아니 외계인과 대화하는 것 같아요. 아이들이 왜 우리들을 말뚱이 쳐다보냐 하면 이유가 있어요. 우리가 흥분해서 하고 있는 말을 아이들은 이해하지 못하니까요. 저인 건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거지? 그러니까 그냥 쳐다만 보고 있더라고요. 애들이 냉정하거나 합리적이어서가 아니에요. 결국 우리들 다 외국인들이에요. 그래서 요새 생각해요. 우리는 모두가 타문화권에서 온 사람들이구나. 하하하."
이 말에 참석한 모두가 배꼽자고 큰 소리로 웃었다. 어떤 친구는 케이블을 두드리고 또 다른 친구는 옆에 사람 등을 때리면서 "맞아 맞아 타문화권에서 온 거야. 외계인도 아니고 외국인도 아니고 타문화권. 문화가 달라. 문화가 달라. 그 단어가 정확한 표현이야.!" 하면서 맞장구를 쳤다.
우리 모두 아이들 이야기로 꽃이 피었다. 그 사이에 자녀가 없는 우리들도 함께 웃으면서 하루를 지냈다.
친구들이 다 떠나고 난 다음 우리들은 테이블을 정리하면서 손을 쳐다보았다. 아내가 먼저 말했다.
"우리가 입양을 해서 자녀가 15살이 되면 당신 나이도 50대 후반이 될 텐데? 그렇다면 우리들 사이에 문화가 극단적으로 다른 것은 어떻게 해결하지요?"
아니 이 말을 듣고 나는 가슴이 덜컹 내려앉았다. "참 그것도 걱정이네. 그래서 친구들이 우리를 부러워했나봐 옛 어른들이 그랬지. 무자식 상팔자라고 그 말이 그런가 봐 하참 어떻게 하지?"
필규 아내는 퇴근하고 주말준비를 하고 있었다. "여보 떠날 준비 다 되었나요?"
필규부부는 베트남 다낭으로 3박5일 여행을 떠날 참이다. 필규는 캐리어 두개를 들고 아내는 간편한 옷차림으로 집을 나선다. "동남아는 늘 새벽에 출발하니 준비가 바빠요." 필규 부부는 인천공항으로 가는 리무진에 몸을 실었다. "여보 우리 이렇게 여행을 떠나니 이십대 후반의 신혼부부 같애. 당신 얼굴은 딱 스물다섯이야" 필규는 들떠있는 아내의 얼굴을 쓰다듬으며 말하고 볼에 입을 맞춘다. "당신도 스물일곱이겠네. 우리 더 일찍 만났으면 만났으면 좋았을텐데. "
비행기를 탑승한 두사람은 어느새 잠이 들었다. 잠깐이었다. 눈을 떠보니 어느새 다낭. "우리 벌써 외국으로 넘어온거네요." 그녀는 마치 초등학생 같은 표정으로 다낭공항 아침을 맞이하고 있었다. "저기 그랩(Grab)을 타고 일단 호텔로 이동해서 오늘 일정을 시작합시다." 필규의 말에 아내는 총총걸음으로 따라간다. 그렇게 다낭에서의 하루가 시작되었다. 3박5일의 다낭일정은 필규부부에게 안성맞춤의 여행일정이었다.
두 사람은 망고를 먹을 때. 다양한 종류의 쌀국수 먹을 때. 소쿠리 배를 타고 물 위로 떠다니며 즐거움을 만끽하면서 친구들과 나누었던 자녀양육으로 인한 고충거리를 재료삼아 자녀관에 대한 토크를 이어갔다. "도대체 자녀란 무엇일까?어떤 존재이고 자녀양육은 무슨 의미일까? 그리고 부부가 된다는 것과 부모가 된다는 것의 현실과 의미차이는 무엇일까?" 이런 주제로 대화를 이어갔다.
"여보 마치 우리는 자녀를 낳지도 기르지도 않았는데 마치 아동분야 전문가가 된 것 같아요. 자녀를 낳거나 입양도 하기 전에 우리처럼 길고긴 대화를 허심탄회하게 나누는 커플도 어디 있을까요?" 아내는 필규와의 대화가 재미있다는 듯 말했다. "그래요. 그런데 낳기보다 입양을 하게되면 우리처럼 소통은 하지않을까?" 필규의 말에 아내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래요 듣고보니 입양을 하려면 사전준비가 필요하니까 깊은 대화는 필요할 것 같아요. 무작정 입양하는 사람은 없을테니까. 사실 절차도 까다로우니까 논의도 많이 해야할 처지가 되는 것 같아요."라고 동의를 한다.
"그러나저러나 우리대화와 친구들 이야기를 들어보니까 나는 한가지 공통점을 발견한 것 같아요." 필규는 이야기를 정리해보려는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