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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시아 Dec 01. 2022

지킬 건 지켜야지

"지킬 앤 하이드" 지킬 건 지키고 감출 건 감추고

*별 건 아니지만 지난여름에 써놓았던 글입니다.^^

추운 날 더운 계절의 글을 쓰면 좀 따땃해질까 싶어 올려 봅니다. 아~! 추워~!!*



텃밭에 채소들이 많이 자랐다며 아이들 체험학습할 겸 와서 오늘도 유기농 농작물을 가져가라고 어머님 호출이 있었다. 우리 네 식구는 가서 사람 머리보다도 큰 박(흥부놀부 이야기에 나오는 그 박이다)이며, 오이, 가지, 아삭이고추, 꽈리고추, 대파, 부추, 등등을 듬뿍 받아 왔다. 며칠 전부터 잡채가 그렇게 먹고 싶었는데 세상에~! 어머님이 텔레파시를 받으셨는지 내가 정말 좋아하는 음식 중 하나인 잡채를 해 주신다며 미리 당면을 볶아 두신 게 보였다. 신랑과 아이들은 잡채를 별로 안 좋아하는데 말이다. 곧이어 찹찹찹 맛나게 만들어 주신 잡채를 얼마나 기쁘게 맛나게 먹고 왔는지~



꼬투리 까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다시면서 콩도 조금 따와서 아이들에게 까보라고 하셨다. 이걸 보니 예전 아이들이 즐겨보던 "코코몽"에 두콩이 세콩이 네콩이가 생각이 난다. ㅎㅎ



얘들은 형제가 많네~ 두콩, 세콩, 네콩, 다섯콩, 여섯콩 ^^



집에 와서 넉넉히 주신 대파를 손질하려는데 에고... 아침에 급히 나가느라 물에 담가 둔 설거지 거리가 자기들 먼저 처리해달라고 아우성이다. 무더위에 고무장갑 끼기가 안 내켜서 맨 손으로 거품을 퐁퐁 내서 설거지 중인데 아뿔싸! 순서가 틀렸다. 앞머리는 흘러내리지, 꽉 끼는 상의 속옷에 숨은 막혀오지 영 불편하다. 집에 오자마자 머리띠를 하고 불편한 속옷 따윈 훌훌 벗어던졌어야 했는데...


손에 거품이 잔뜩이라 머리띠를 만지려면 도로 손을 깨끗이 씻어야 한다. 그리고 다시 또 거품을 묻히려면 물 낭비, 시간 낭비, 세제 낭비, 환경오염 그리고 무엇보다 제일 문제는...

귀찮다.

그럴 땐 남편 찬스~!



"여보~~ 나 머리띠 좀 해 줘~~"


뚜벅뚜벅 다가온 남편이 머리띠를 들고 내 머리에 어떻게 씌워줄까 고민한다. 난 남편이 머리띠를 해주기 편하게 얼굴을 들이민다. 오케이. 앞머리가 샤악 올라가니 너무 편하고 시원하다.



그리고 뒤이어 상의 속옷이 매우 옥죄어 옴을 느낀다.



"여보~~ 나 뒤에 후크 만 좀 풀어줘..." 하려다가 그건 아닌 것 같아 말을 목구멍으로 삼킨다.


그래도 지킬 건 지키자. 으흐흐.



돌아서서 소파쪽으로 가던 남편은 자길 부르는 소리를 들었는데 하다 마는 것 같은 내 대사를 궁금해하며 날 쳐다보지만


난, 안 알 랴 줌.



즐거운 저녁 되십시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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