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루시아 Nov 15. 2022

받느냐 안 받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햄릿의 고민을 조금은 알똥 말똥


여기는 어딜까.






그렇다.


역시나 아이 하굣길이다. ^^



아이 기다리며 어슬렁거리고 걷고 있는데 전단지를 주는 손이 내 앞에 스윽 나타났다.


초등학교 앞에 없으면 서운한 미술학원 광고지.


난 당연히 휙 지나쳤는데...



그럴 줄 알았단 듯이 광고지를 잡은 손은 빠르게 사라졌다.


그런데...


파르르 떨리는 손과 실망하는 눈빛을 보고 말았다...


고등학생처럼 보이는 남자아이였는데 아마도 아르바이트생인 듯했고, 체구도 왜소하고 언뜻 보기에도 무척이나 내성적으로 보였다. 요새 유행하는 MBTI에서 그 아이는 단연코 "I"임에 틀림없으리.


속으로 무척 고민하다가 내게 전단지를 내밀었을 텐데... 요즈음 지구 환경문제에 상당히 관심이 많아진 나는, 받으면 바로 쓰레기가 될 그 종이를 받을 수가 없었다.


그리하여 받지 않고 매몰차게 발걸음을 옮기는데 등 뒤가 매우 화끈거린다.


날 보고서 90도로 인사를 꾸뻑하며 내민 그 손 얼마나 민망했을까. 광고지를 건네기 전에 속으로 이 사람은 받아줄까 아닐까 고민을 열두 번은 더 했을 텐데 내민 손 부끄럽지 않게 그냥 받아줄걸 그랬나...



죽느냐 사느냐 고민한 햄릿 못지않게 나도 참 그 찰나 같은 순간에 갈등을 많이 했다. 차라리 나 대학생 때 종로거리를 거닐다 늘상 만나는 껄렁껄렁한 나이트 삐끼였다면 단호히 "네~됐어요~" 했겠구먼...


저 학생은 부자 부모 못 만나서 용돈 한 푼 벌어보겠다고 성격과 맞지도 않는 알바 하느라 가뜩이나 수줍은 마음에 상처까지 받는 모습을 보니 너무 안쓰러웠다...



내일은 만나면 같이 인사 꾸뻑하고 한 장 받아줘야겠다.


힘내요~ 학생~ 하고 등을 토닥토닥하는 건 오바겠지?




https://m.blog.naver.com/philousmanager/222587087479



매거진의 이전글 신화는 자고 났더니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