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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시아 Nov 13. 2022

신화는 자고 났더니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보드게임 한 번씩 다 해 보셨죠?



2019년 11월 시작한 코로나.
끝날 듯 끝나지 않는 코로나와 이제 정말 이 전염병과는 이별이란 기대 없이 계속 함께 가야 하는 건가 싶은 기간이 벌써 3년이 되었다. 다양한 경험들을 이미 겪은 어른들은 그렇다 쳐도 신나게 온종일 뛰어놀아도 부족한 아이들은 불쌍해서 어쩌나 싶었었다. 요새는 실외에서 마스크를 벗어도 되는 등 완화가 되었지만 코로나 극초반엔 모두 알다시피 집안에만 콕 박혀 있어야 했으니 창살 없는 감옥살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 하루하루였다. 아이들에게는 그런 지루한 시간을 이겨낼 수 있는 방법은 각종 보드 게임들 뿐이었다.

스피드를 자랑하는 할리갈리부터 나무막대 탑을 쌓아 쓰러지지 않게 조심히 하나씩 빼내는 젠가, 악어 이빨을 번갈아 가며 꾹꾹 누르다가 언제 입이 다물어질지 몰라 두근거림을 주는 스릴만점 악어 장난감, 하다 하다 서양 장기인 체스까지도 해보지만 이것들의 단점은 단시간에 플레이가 끝난다는 것. 킬링 타임용 게임이란 자고로 한 번 시작하면 언제 끝날지 몰라 게임 도중 허리도 몇 번 쿵쿵 두드려 주고 중간중간 눈동자가 풀릴 정도는 되어야 하는 법인데 말이다. 그러한 보드게임이 이런 시국에 딱인데 하며 선택한 보드게임은 바로바로 부루마불이다.

이 보드게임은 돈의 개념이 아직 자리잡지 않은 아이들에게 다양한 걸 가르쳐주는 훌륭한 놀이이다. 돈을 주고받고 거스름돈을 챙기면서 자연적으로 덧셈, 뺄셈 훈련을 시켜주니 놀면서 계산 연습을 할 수 있어 진정한 꿩 먹고 알 먹기가 아닌가. 각 나라의 수도는 물론이고, 다양한 나라들로 떠나는 해외여행과 또 우주여행까지! 게다가 자신의 재정상태와 상관없이 무턱대고 건물들 즉 별장, 빌딩, 호텔을 거금 들여 짓다가는 쫄딱 파산할 수 있다는 교훈까지 담고 있으니 더할 나위 없이 좋은 보드게임이다.

아이들과 신나게 주사위를 던지며 "아싸~"와 "어휴~"의 감탄사가 오가는 중 문득 이 부루마불을 맨 처음 만든 사람은 누굴까 궁금해졌다. 궁금하지 말라고 주말이든 밤낮이든 열심히 돌아가는 초록창에 검색을 해보았더니 제작사는 씨앗사이고 제작자는 "이상배"라는 사람임을 알게 되었다. 검색하면 다 나오니 요즘 참 좋은 세상임을 또 실감한다.





그는 중동 아랍에미리트 건설 현장에 건축 디자이너로 근무하러 해외출장을 간 호텔에서 "모노폴리"라는 게임을 하는 현지인을 보게 되고 자신도 그 게임을 즐겨하게 된다. 이걸 모티브로 한국에도 유사한 게임을 만들면 좋겠다고 생각한 그가 귀국하여 드디어 부루마불을 만들게 되는데 처음부터 바로 성공한 것은 아니었다고 한다.


이상배는 귀국 후 디자이너 회사를 설립하고 포스터 등 제작하면서, 문득 한국에도 '모노폴리'와 같은 보드 게임을 만들면 어떨까 생각하였다. 그렇게 '모노폴리'를 모티프로 삼아 한국 성향에 맞는 독창적인 시스템을 선보인 것이 '부루마불'이었다. 처음 5000개를 제작해 완구 도매상에 2000개를 풀었는데 전량 회수되었다. 보드 게임이 너무 생소했던 당시의 도매상들이 아예 취급을 안 하고 반품을 시켰기 때문이다.

이후 이상배는 직접 소매점에 판매하는 것으로 전략을 바꾸었다. '꼭지'로 유명한 만화가 이향원에게 부탁해 '어린이들의 의견'을 반영한 만화를 그려 학교 정문에서 홍보물과 게임을 나눠 주었고, 얼마 뒤 입소문이 나면서 서서히 팔리기 시작했다. 이때 큰 도매상을 하던 대표가 찾아와 '젊은 사람의 패기를 돌보지 못했다'며 도매 계약을 해주고, 힘을 실어 주었다. 이것이 부루마불 신화의 첫 모습이었다.  부루마불 - 위키백과




99%의 반품

어지간한 사람이라면 난 망했구나 하며 포기하는 수치다. 하지만 이 대표는 좌절하지 않고 다시 일어선다. 물건만 박스채로 건네 주어 납품을 완료하는 약간 성의 없어 보이는 도매보다는 소매점에 일일이 방문하여 침이 튈 정도로 얼굴을 맞대며 홍보하는 것은 물론이고 학교 정문에서 직접 아이들에게 홍보물과 게임을 나누어 주는 등 예전의 망한 것 같은 방식에서 다른 방식으로 접근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놀이를 실제로 접한 아이들은 신선함과 재미에 빠져들어 결국 이 제품은 입소문을 타게 되고 도매상인이 역으로 이 대표에게 연락을 취하며 다시 거래하자는 제의가 시작된다.






잠시 나를 뒤돌아 보게 된다.
실패를 겪으면 어땠는지... 세상은 호락호락하지 않다고 혀를 내두르며 쉽게 포기하고 놓아버린 일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간다. 누구에게나 고난은 온다. 세상의 주인공인 나만은 실패가 없기를 모두가 바라지만 고난을 피해 갈 수는 없다. 그 누구도 이 인생이 끝나기 전까지 시련이 전혀 없을 수는 없는 것이다. 그렇다면 여태 우린 당연하다는 듯 쉽게 포기를 선택하고 고난과 시련을 이겨낼 생각조차 하지 않았던 건 아닐까? 성공하느냐 못 하느냐의 결과는 쉽게 포기하느냐 그렇지 않느냐의 차이가 아닐까 싶다.


성공신화를 이야기하는 사람들의 항상 드라마틱한 스토리들을 들으면서 나도 모르게 "역시"라는 말을 되뇌게 된다. 우린 그들을 우러러보며 또 "역시" 만을 읊조릴 것인지, 아니면 내가 대중들 앞에서 그 "역시"를 듣게 될 것인지는 내가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에 달려 있다.



삶의 무게에 지치는 매 순간이지만
오늘도
나를 일으켜 세우는 하루가 되기를 바라며.




포기하지 않으면 성공은 한 발짝 가까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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