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하루도 안 빼고 입고 다니는 게 옷이고 옷장의 옷은 넘쳐 나지만 새로운 계절이 올 때마다 늘 입버릇처럼 하는 말
"아... 입을 옷이 없어"
그럼 자상한 남편이나 남친들은 내 여자를 위해 운전기사도 자처하고, 또 내키지는 않지만 같이 쇼핑을 다녀주게 된다. 쇼핑만 같이 다닌다고 능사일까? 아니! 시험과도 같은 질문이 항상 도사리고 있다.
옷 두 개를 골라 몸에다 척 대보며 내 남자에게 항상 물어보는 이 질문!
"자기야~ 나 분홍색이 어울려~ 보라색이 어울려?"
김창옥 강사는 앞 좌석에 앉아있는 연예인들에게 기습 질문을 한다.
본인이라면 이 상황에 뭐라고 대답할 거냐고.
고민도 없이 바로 나오는 대답
"둘 다 어울려~"
맞는 대답일까? 아니 땡이다. 땡~! 땡 탈락~!
이 말은 네가 무슨 옷을 고르든 간에 난 관심이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한다.
그럼 뭐라고 이야기해야 100퍼센트 정답이 될까?
잠시
이 글을 멈추고
고개를 다른 곳으로 돌리고
어떤 대답을 해야
너도 좋고
나도 좋고
좋다기보다
구박받지 않고
윈윈 하는
대답이 될 것인지
곰곰이
생각을 해 보자.
시도 아닌데
왜
이렇게 줄을
자꾸만
바꾸느냐고?
그렇다.
스포 방지다. :)
정답은
.
.
.
"분홍은 어려 보이는데, 보라는 날씬해 보여~"
이다. (이 또한 스포 방지를 위해 볼드 처리는 하지 않았다.)
와우~! 정말 현명한 대답 아닌가?
다 그렇다고 단정 지을 수는 없지만 '답은 정해져 있으니 너는 대답만 해'라는 "답정너"인 경우가 사실 종종 있다. 미용실에 가서 추레한 모습을 벗어던지고 변신을 하고선 '머리 예쁘게 했네~'라는 대답을 듣기 위해 "나 머리 이상하지." 하고 반대로 물어보는 때도 왕왕 있는데 "응. 좀 이상하네?"를 듣기 위한 질문이 아니라는 건 익히 아는 사실 아닌가?
분홍과 보라 사이에 마음이 어느 한쪽으로 이미 기울어 있지만 구태여 물어본 이유는 자기를 한 번 봐달라는 거였는데 저리 100점 만점에 120점짜리 대답을 하게 되면 안 이뻐해 줄래야 안 이뻐해 줄 수가 없다.
정말이지 이 대답을 듣고는 내가 꼭 만인 앞에 칭찬을 받은 것처럼 볼은 발그스레 해지고 어깨가 으쓱으쓱한 것이 기분이 한껏 좋아짐을 느꼈다.
찰나의 순간이지만.
남자는 하루 동안 쓰는 단어가 약 7천 개 정도면 피로감을 느낄 정도로 많이 썼다고 느끼는 반면, 여자는 보통 하루 동안 말하는 단어가 남자에 비해 약 3배에 육박하는 2만여 개나 된다고 한다. 이렇게 심한 차이가 남에도 불구하고 남자는 어떻게 여자의 마음을 사로잡아 결혼까지 성공할 수 있을까?
물건을 사러 가게를 가도 보통은 사장님 또는 직원이 손님의 환심을 얻기 위해 말을 더 많이 하지, 손님이 말을 많이 하지 않는 것처럼 말이다.
이유는 사랑하는 감정으로 호르몬 도파민이 넘쳐흐르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그래서 평소에는 매사 편안함을 추구하는 인간이 연애만 하면 안 하던 행동을 그렇게 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사랑하는 그녀를 위해 자기 집과 정반대 쪽의 여자 집을 밤마다 데려다 주기도 하고, 손에 뭐 묻는 걸 끔찍이 싫어하는 사람이 그녀를 위해서 손수 새우도 까주고 하는 등 희한한 상황이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천년만년 유지되면 참으로 좋을 이 사랑의 호르몬은 아쉽게도 꾸준히 유지되지는 않는다. 약 2년 정도 유지가 되고 마는데 그마저도 남자가 수명이 더 짧다. 점차 관계가 안정되어 가고 편안함을 되찾게 되면 예전만큼 도파민의 영향을 받지 않는 남자들에게 여자들은 이렇게 이야기를 하게 된다.
"처음엔 잘해주더니... 자기... 변했어."
라고.
강사는 이렇게 이야기한다. 옷을 사러 갔을 때 해야만(?) 하는 저 대답은 머리를 써서 독창적인 대답을 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외우는 거라고. 이미 여자의 마음속에는 어떤 옷을 살지 답은 정해져 있다. 하지만 성의 없이 무관심하게 "둘 다 예뻐."를 말하는 것보다 '널 위해 준비했어.'라는 식의 노오력한 대답을 말할 때 서로의 거리는 좁힐 수 있다. 여자는 남자의 성의를 감사하게 생각하게 된다. 비록 외운 대답이라 하더라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