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루시아 Dec 05. 2022

붕어빵은 알고 있다

누가 착한 붕어인지 나쁜 붕어인지

겨울철 유난히 생각나는 간식은

바로바로 붕어빵이다. 

날이 추우니 따끈한 붕어빵 한 입 베어 물었으면 하고 자꾸만 생각이 나서 군침을 삼키게 된다.


생각이 나면 먹어야지. 

조금 불편한 주차공간이지만 끝끝내 주차를 성공하고 길거리 허름한 포장마차의 장막을 들추고 들어서며


"붕어빵 얼마예요~

 팥 5천 원어치, 크림 5천 원어치 주세요~"


하고 주인장 대답도 안 기다리고는 냉큼 나 혼자 질문에 나 혼자 대답을 해버렸다. 

넉넉히 사서 집에 냉동고에 쟁여 놨다가 출출할 때 한 두 개씩 따끈하게 전자레인지에 돌려 먹어도 너무나 맛있는 붕어들이라 주저 않고 양손 가득 사버렸다. 


돌아서 가려는데 다른 집과 달리 호떡도 있네?? 

호떡이 자기도 데려가라고 뽀얀 얼굴을 내쪽으로 디미는데 어찌 그냥 두고 가겠노~

인당 하나씩은 먹어야 하니 

"호떡도 네 개 주세요~"

하고는 보무도 당당하게 집으로 향했다. 


어디 얼마나 맛있나~ 싶어서 한 입 베어 물었는데 크림은 성공~ 너무나 맛있는 것!


자 그럼 팥붕어 이리온~ 

한 입 베어보자~ 앙~!

헐!!! 뭐지 이건??? 

너무 질펀하다...

팥소에 물을 탔음을 직감했다...

붕어빵 먹기 경력이 꼬맹이때부터 먹었으니 못해도 30년은 넘었을 텐데 나의 경력을 피해 갈 수 없지. 소가 너무 묽다. 사람들이 겉모양만 보고 냉큼 사간다고 이렇게 만들면 어째...


쯧쯧쯧...

혀를 차며 뚱뚱~한 호떡에 시선이 자동으로 움직인다. 너무 크다. 호빵이 되려다 실패한 것처럼 부풀어 오른 것이 이것은 그래도 나에게 실망을 주진 않겠지 하는 마음에 과도를 가져와 반을 자르는데!


피시~~~익....


호떡이 날 보고 비웃었다. 

소리로...

피시익 하고...


아니 세상에! 그 속은 마치 공갈빵을 보는 듯했다. 

모름지기 호떡이란 배를 갈랐을 때 그 안은 푸짐하게 꿀 같은 설탕과 견과류가 잔뜩 들어가야 하는 것인데 꿀은 어디 가고 이건 그냥 공갈빵이었다. 공기만 가득 들어있는... 


와...

아즈매요...

그렇게 장사하시면 안 되실 텐데요...


물가가 오르고 사람 살기 팍팍해졌다고 해서 이렇게 장사하시면 

장사 앞날이 밝지가 않아요... 


또 하나의 붕어빵 가게가 

겨울이 채 가기도 전에 

문을 곧 닫을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든다.


슬픈 예감은 틀린 법이 없는데... 

아디오스...




붕어빵을 찾아 난 또 어디로 가야하죠?




매거진의 이전글 무례한 상황에서 나를 지켜내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