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brunch
매거진
음악과 함께 하는
시계를 죽였다
by
루시아
Dec 13. 2022
아래로
착착착착
착착착착
끝도 없이 흐르는 저 소리가 굉장히 거슬린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은 새벽 1시 46분...
우웅... 하는 내 몸 안의 정체 모를 소리만 들려야 할 시간인데
하염없이 착착 앞서 나가는 저 시계 소리가 나를 재촉한다.
시간이 이리 늦었는데 뭘 하고 있느냐고
일을 한다면 어서 일을 할 것이고
놀 거면 열심히 놀 것이지
나를 왜 흘겨보느냐고
더 크게 착착착착 소리를 낸다.
나를 약 올리는 널 내가 그냥 두지 않으리.
의자를 들고 네 밑에 자리를 잡고
기어코 머리 꼭대기에 수북이 먼지 쌓인 널 뜯어내
밥줄을 끊어 놓고 만다.
조용하다.
온 세상이 멈춘 듯
갑자기 시간이 멈췄다.
헌데...
시간이 멈추면
내 머릿속 지우개가 작동되는 게 아니었어?
더 또렷해진 상념들
더 커진 정적
시끄러운 게 싫었다가
이내 조용한 게 무서워지는
이 간사함이라니
내 발 밑
지 배를 까뒤집고 널브러진 놈을
다시 흘끔 쳐다본다.
그래...
니가 일부러 그런 것도 아니고
태어나길 원래 그렇게 생겨먹게 태어났는데
내가 매정하게 너를
이다지도 모질게 대했구나...
널 위하는 척
날 위해
다시 새끼손가락만 한 밥줄을 끼워 넣고는
찢어진 배를 딸깍 붙여준다.
우렁찬 너의 소리
착착착착
그래 알았다. 많이 서운했다고?
그래 알았어.
너 혼자 씩씩하게 노래 부르며
이 밤을 잘 지켜다오.
나는 자러 간다.
나는
또
내일을 맞으러 간다.
https://youtu.be/hmOOkmynj4A
keyword
시계소리
새벽
삶
43
댓글
4
댓글
4
댓글 더보기
브런치에 로그인하고 댓글을 입력해보세요!
루시아
에세이 분야 크리에이터
직업
출간작가
나를 살게 하는
저자
정신없고 바쁜 인생에 감동, 웃음을 잠시라도 느끼시면 어떨까 하는 저의 작은 바람입니다. 살아보니(?) 근심 없이 그저 웃고 속 편한 것이 제일입니다!!^^ 인생 뭐 있나요오~
팔로워
438
제안하기
팔로우
매거진의 이전글
당연한 건 없어요
여러 번 듣지는 마세요
매거진의 다음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