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계를 죽였다

by 루시아

착착착착

착착착착


끝도 없이 흐르는 저 소리가 굉장히 거슬린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은 새벽 1시 46분...

우웅... 하는 내 몸 안의 정체 모를 소리만 들려야 할 시간인데

하염없이 착착 앞서 나가는 저 시계 소리가 나를 재촉한다.

시간이 이리 늦었는데 뭘 하고 있느냐고

일을 한다면 어서 일을 할 것이고

놀 거면 열심히 놀 것이지

나를 왜 흘겨보느냐고

더 크게 착착착착 소리를 낸다.


나를 약 올리는 널 내가 그냥 두지 않으리.

의자를 들고 네 밑에 자리를 잡고

기어코 머리 꼭대기에 수북이 먼지 쌓인 널 뜯어내

밥줄을 끊어 놓고 만다.


조용하다.

온 세상이 멈춘 듯

갑자기 시간이 멈췄다.

헌데...

시간이 멈추면

내 머릿속 지우개가 작동되는 게 아니었어?


더 또렷해진 상념들

더 커진 정적




시끄러운 게 싫었다가

이내 조용한 게 무서워지는

이 간사함이라니


내 발 밑

지 배를 까뒤집고 널브러진 놈을

다시 흘끔 쳐다본다.


그래...

니가 일부러 그런 것도 아니고

태어나길 원래 그렇게 생겨먹게 태어났는데

내가 매정하게 너를

이다지도 모질게 대했구나...


널 위하는 척

날 위해

다시 새끼손가락만 한 밥줄을 끼워 넣고는

찢어진 배를 딸깍 붙여준다.


우렁찬 너의 소리

착착착착

그래 알았다. 많이 서운했다고?

그래 알았어.




너 혼자 씩씩하게 노래 부르며

이 밤을 잘 지켜다오.

나는 자러 간다.

나는

내일을 맞으러 간다.





https://youtu.be/hmOOkmynj4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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