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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시아 Dec 26. 2022

뜻밖의 선행

밀고 또 밀었네

바쁜 아침시간 지하 주차장.

차곡차곡 주차한 차 앞을

이중주차한 차들이 막고 서 있다.

내 바로 옆 차가 나가려다가

도저히 못 빠져 나가겠는지

도로 주차라인으로 들어와

얌전히 앉아 있는 걸 보았는데...


내 차가 나가려면 네 작은 차가 먼저 나가는 게

너도 좋고 나도 편할 듯해서

우리 앞을 가로막은 이중주차된 차를

우리와 먼 곳으로 있는 힘껏 민다.


내가 차를 미는데

이건 분명 날 위한 거지만

널 위한 것도 되는데

어찌하여 내 덩치의 1.5배인 너는 엉따를 하고 따순 그 자리에

망부석처럼 가만히 앉아

차 미는 나를 보고만 있느냐.

내가 슈퍼우먼처럼 보이느냐.


결국 차를 다 밀고 들어온 나

똑똑 창을 노크하고는

나가시는 거예요? 주차하시는 거예요?


아~ 나가려는데 각이 안 나와서 저도 못 나가고 있었어요.

흠... 먼저 나가시죠.

그래야 저도 편케 나갈 수 있을 것 같네요.


말이 끝나자마자 슝 차는 가버리고...

그걸 바라보는 나는 

어이가 없네.


와아...

나가는 차였는데

내가 차 미는 모습만

가만히 앉아서

안방마님처럼

내가 잘 미나 못 미나

바라보고만 있었다네.

ㅎㅎㅎㅎㅎ

졸지에 선행을 베풀었네???

수고했다. 나란 녀석.

나에게 칭찬을 건넨다.


그렇지만 가슴 한켠은

왜 이렇게 쓰라리니...

기분 탓일 거야.

그냥 잊으렴.




 궁금함이 밀려온다. 내가 낑낑대며 밀고 있는데 왜 넌 가만히 앉아 보고만 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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