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아리가 생각나는 "봄"에 작성했던 글을 꺼내어 봅니다=
https://youtu.be/4nKWnH3Dc84
초등학교 2학년이었나.
이맘때쯤 학교 교문 바로 옆에는 병아리 할아버지가 항상 앉아계셨다. 종이박스 안에는 노랗고 조그마한 것들이 꼬빡꼬빡 졸고 있었다. 때때로 삐약거리고는 날씨가 추웠는지 자기들끼리 옹기종기 모여 서로의 체온으로 따스함을 느끼는 듯 보였다.
고작 2학년인 조그맣던 나는, 나보다 훨씬 조그마한 병아리를 보려고 쪼그리고 앉아서는 하염없이 그 노오란 것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내 두 손을 모아 물을 머금듯 오므리면 그 작은 것들이 내 작은 손 안으로 쏘옥 들어왔다. 왜 이제야 왔냐는 듯이, 그리고 너무 따뜻했다.
오가는 아이들이 하도 만져서 병아리 할아버지는 <만지지 마세요>라고 박스에 삐뚤빼뚤 적어 두셨지만 나에게는 만지지 말라고 하지 않으셨다.
난 이미 거금 1000원을 건넨 고객이었기 때문이었다.
분식집 튀김이나 담을 법한 누런 종이봉투에 한 마리에 100원이었으므로 열 마리가 담겼다.
뛸 듯이 기뻤다. 이 작고 귀여운 것들이 이제 나와 친구가 되었다니 그것도 한 마리도 아니고 열 마리나~!
너무나 기뻐서 폴짝폴짝 뛰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지만 그래도 뛸 수는 없었다. 조심조심 가슴에 품고 혹시나 아래에 깔린 병아리가 힘들까 싶어 종종걸음으로 집에 다다랐다. 그리고 꽤 넓은 시골마당에 얼른 병아리들을 봉투에서 쑤욱 꺼내 주었다.
짧은 거리였지만 그래도 힘이 들었는지 잠시 지친 표정이었던 것들이 이내 기운을 차려 두리번거리고 뽀작뽀작 걸어본다. 엄청 신기하고 뿌듯했다. 종이 박스에서 답답했지? 난 이제 너희들 친구면서 엄마 닭이야~엄마 닭처럼 꼬꼬~~~ 해줄까? ^^
그렇게 하루가 지나고 이튿날.
학교에 등교한 나는 평소 매우 재미있던 수업시간이 그렇게 길게 느껴지긴 처음이었다.
집에 있는 병아리가 온종일 생각이 나서 수업을 듣는 둥 마는 둥 하고 집으로 달려갔다. 이미 절반쯤 벗은 가방은 마루에 휙 던져 놓고 마당에서 재미있게 병아리들이랑 놀다가 흥에 겨워 급기야는 뛰기까지 했다.
내가 이쪽으로 뛰어가면 얘들도 삐약삐약 거리며 쫓아오고 또 저쪽으로 가면 삐약삐약 거리며 쫓아오고 얼마나 재미있던지~! ㅎㅎ
그! 런! 데!
갑자기 발 밑이 물크덕하는 느낌이 평소와 다른 바닥 느낌에
엇~!
혹시?
설마?!
하며 내 발밑을 천천히 내려다보는데......
작은 병아리 하나가... 참사를......
얼마나 충격이었는지...
내 새끼 같은 병아리가 이제 곧 죽을지도 모른다는 것과, 다른 사람이 해코지를 한 게 아니라 엄마 노릇을 하겠다고 한, 그 누구도 아닌 바로 내가 돌이킬 수 없는 짓을 저질렀다는 것이...
꿈이기를 바랐다.
자고 일어났지만 기적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 조그마한 것은 우리 집으로 온 지 하루 만에 숨을 거두었고, 조그만 상자를 구해 야트막한 산에 가서 묻어주었다. 그게 벌써 수십 년 전인데 너무 충격이고 너무 미안하고... 죽음이란 걸 처음 접한 거라서, 하늘이 무너져 내린 듯 펑펑 울었던... 그래서 아직도 그 기억이 생생하다.
어제 내내 비가 오고 아직도 비가 부슬부슬 내리고 하늘색은 저녁인 듯 흐릿...
게다가 신해철의 날아라 병아리를 듣고 있자니 그때 하늘로 간 내 친구 병아리가 생각이 났다.
내 친구... 날 용서해 줘... 그리고 거기선 행복하게 지내렴...
신해철의 '날아라 병아리' 노래 중 내레이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