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창을 하면 그나마 들어주기 수월하겠는데 노래 중 자신의 마음에 쏙 드는 한 구간만 부릅니다. 전곡의 멜로디를 부르고 싶은데 가사가기억이 안 난다 싶으면 한 두 단어로 가사 전체를 대체하여 무한반복을 합니다. 두 단어로 한 곡의 멜로디만 주욱 따서 1절을 몽땅 불러버리더라고요.오 마이 갓.
전혀 단점이라곤 없는 사람처럼 그동안 포장을 해줬는데 이것이 바로 옆지기의 유일한 단점입니다. 지금은 유일한데 앞으로 시간이 지나다 보면 유이, 유삼도 될 수 있겠죠. 어떤 노래에 꽂히면 하루 종~일, 하루가 뭐야 이틀도 좋다, 사흘도 좋다며 내리 그 노래를 불러버립니다. 거기다 피는 물보다 진하니 그의 자식들이면서 내 자식들이기도 한 조그만 서 씨들이 노래 유전자의 힘을 물려받아 옆지기와 함께 합창을 해대면 저는... 고통의 도가니입니다.
요 근래 꽂힌 노래는
나는 문어.
네, 이 노래입니다.
출처. 셔터스톡
안예은은 자신이 창작한 노래를 K팝스타 오디션에 나가 불렀고, 차후 이 곡은 드라마 역적:백성을 훔친 도적 OST에 활용이 된 것으로 유명한데요. 보통은 드라마를 먼저 제작하고 난 후에 드라마 OST를 그 드라마에 걸맞게 만드는 것이 일반적인데 앞뒤 순서가 거꾸로 된 케이스라고 할 수 있지요. "홍연"과 "상사화"가 바로 그것인데 자작곡 느낌이 너무 소름 돋게 좋으니 한 번 듣고 버릴 수 없다 우리 드라마에 가져다 써야겠다 하는 그런 마음으로 가져다 쓴 곡으로 자작곡 중 제일 잘 된 경우로 보고 있답니다.
보통 발라드를 부르는 사람은 발라드를 주야장천 부르니 발라드 전문가수라 하고
트롯을 부르는 사람은 트롯을 주욱 부르니 트롯가수라 칭하므로
당연히 안예은이라면 애절하고 절절하여 가슴 찢어지는 노래만 부를 줄 알았는데
제목이 "나는 문어" 아니아니
"문어의 꿈"이라니요.
게다가 우는 아이들도 울다 말고 따라 부를 정도로 환장을 하는 노래라니요.
거기다 목소리는 타령을 부를 법한 창법 그대로라니요.
맨 처음 이 노래를 들었을 때
헛~!
누구야?
이 목소리는 필시 "홍연"을 부른 안예은인데??
가수 목소리와 가수를 매칭시키는 능력이 탁월한 저는
말도 안 된다는 표정으로 뒤늦게 화면의 가수 얼굴을 보았더니
맞더라고요.
그 안예은.
구구절절한 가슴을 후벼 파는 노래를 불러야 하는 그녀가
"나아는 문허어~~~ 꿈으을 꾸후는 문허어~~~어~어~"
하고 불러서 얼마나 충격이었던지.
"노는 게 제일 좋아~ 친구들 모여라~"를 부르고 다니는 뽀로로를 능가할락 말락한 인기를 이미 누리고 있더라고요.
얼마나 인기가 많은지 어린이들은 물론이고 어른들 특히 제 옆지기도 즐겨 부르니
나이가 많고 적음을 떠나 온 가족이 단합할 수 있는 참 좋은 노래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창을 해도 될 만큼의 허스키한 목소리와 구성진 목소리로 불러 젖히는 "문어의 꿈" 가사는
문어 색의 다양함만큼이나 가사도 창의적입니다.
횡단보도를 건너 줄무늬 문어도 되었다가
커피 한 잔 마시고 진갈색 문어도 되었다가
오색찬란한 총천연색 문어도 되어버리는
문어색이라고는 갈색, 회색, 진회색만 보아왔던 나는 조금 의아하긴 했지만
주변환경에 따라 위장술이 능하다고 하니 믿어보기로 합니다.
동요스러운 노래지만 전 연령층에게 사랑받는 이 노래를 듣고
은근한 중독에 빠진 사람들이 아티스트 안예은에게 물어봅니다.
해산물은 하나 했으니
육지동물에서 하나
조류동물에서 하나씩 곡을 더 만들어 보는 건 어떠냐고
아니 그럴게 아니라 포유류, 조류, 양서류, 파충류 분류마다 하나씩 어떠냐고
묻는 질문에 안예은은 안 그래도 많이들 물어오셔서 구상 중에 있다고 너스레인 듯 농담인 듯한 답변을 해 주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