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은 라디오 리뷰인 건가
아이들 픽업하는 잠시 잠깐의 찰나를 놓치지 않고 CBS 93.9 라디오 주파수를 맞춘다. (실제 청취한 날은 6월쯤인데, 아... 벌써 작년이 되어버렸네...)
낭랑한 목소리의 그녀 이수영이 청취자가 보내온 사연을 읊어주는 중이다.
노래도 잘 부르는데 어쩜 그리 연변 사투리를 실제로 연변서 살다 온 것처럼 찰지게 구사하는지 아주 재치도 재능도 뛰어난 그녀다.
https://youtu.be/l3yexNCEqK0
사연 내용은 대략 기억을 떠올려 보면
우리 회사에 제 마음에 쏙 드는,
제 이상형인 대리님이 계셔서
저는 그 대리님을 좋아하는 마음을 키워가며 이제나 저제나 고백할 날만 기다리고 있었답니다.
그런데 웬일로 이 분이 저에게 점심을 같이 먹자고 하시는 거예요~
하늘이 준 기회구나 싶어 고백을 하기로 마음을 굳게 먹고 나갔는데......
(잠시... 정적... 이수영의 우는 연기 시작ㅎㅎ)
대리님은 흑... 제 옆자리에 앉은 여직원을 좋아하고 있다며 흐흑
저더러 다리를 좀 놔 달라고 하는 거예요. ㅠㅠ
저는 고백을 해보지도 못하고 다리나 놔주며 둘 사이를 지켜봐야 하는 건가요? ㅠ.ㅠ
저 어떻게 하면 될까요...? 흐흑...
이것이 사연이었는데
DJ 이수영은 안타깝고 어처구니없다는 마음을 담아 친언니나 할 법한 멘트를 한다.
"흐음...... 과연... 이 남자분은 자길 좋아하고 있다는 걸 몰랐을까요?
모르지 않았을 텐데... 음... 그리고 요새 무슨, 누가 다리를 놔줘요?! 요새 트렌드가 아니야~
자기 일은 자기가 해야지 뭐래는 거야. 하참... 사연 주신 여자분께는 뷰티상품권 드릴게요. 맘에 드는 거 하나 사서 예쁘게 하고 다니구 응? 남자분한테 그래요! 저 다리 같은 거 안 놉니다~~ 하구 알았쬬??
요새 말이야 얼마나 바쁜데 짝사랑을 하고 그래. 시간이 없다구 시간이~ 응?
좋은 사람 많으니까 얼른 만나서 이쁜 사랑 하세요~ 알겠죠??"
내가 사연을 보낸 당사자도 아닌데 왜 그리 내 마음을 어루만져 준 것처럼
마음이 포근하고 위로가 되는지 "힐링"이란 단어는 이럴 때 쓰는 말이로구나 싶다.
그런데 저 대본은
DJ가 생각나는 대로 즉석에서 얘길 하는 걸까.
아님 작가들이 써 준 걸 보고 읽는 것일까.
이수영 정도면 임기응변이 워낙 뛰어나서 즉석 멘트가 가능할 것 같긴 한데
그래도 생방송이고 사람이 실수라는 게 있어서 미리 써 놓은 거겠지~ 싶으면서도
대사가 워낙 즉흥적인 느낌이 강해 고개를 갸우뚱하게 된다.
뭐 어쨌든
들을 때마다 거침없고 속 시원한 일침들.
대사를 들을수록 평소 순발력과 임기응변이 부족한 나는 대리만족을 느낀달까.
옆에 있으면 괜히
"언니~~~~!!" 하고 부르고 싶다.
보자 보자... 이수영이가 나이가...
나보다 어리면 어쩌지... 에이 몰라~~ 그래도 언니라 할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