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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시아 Feb 02. 2023

익숙함에 진심을 속이지 말자

윤하-사건의 지평선

야심 차게 준비한 곡인데도 불구하고 바로 빛을 못 보는 '곡'들이 있다.

너무 시대를 앞서가 소위 말하는 실험정신이 과했다거나

'홍보'에 큰 비중을 두지 않아 홍수같이 쏟아져 나오는 다른 노래들에 파묻혔다거나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어쨌든 '운'이 안 좋아 묻히는 곡들이다.

운칠기삼이라는 것은 인간에게만 해당되는 줄 알았는데 노래에도 해당되는 것인가 보다.


한데 실험정신이 매우 과해서 퓨전의 대표곡이라고 불릴 수 있는 다음 곡은

굉장히 특이하다는 이유로 어마어마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바로 아래에 소개한 이날치의 <범 내려온다>가 대표적인 그 예외의 경우로 볼 수 있겠다.

그럼 결국 빛을 보고 말고는 복불복이라는 건가.


https://youtu.be/SmTRaSg2fTQ

<이날치. 범 내려온다> 출처. 온스테이지 유튜브


플레이하지 않고도 보이는 한복에 수놓인, 아니 프린팅 되어 있는 무수한 영어 단어들만 보아도 얼마나 퓨전에 진심인가 하는 것을 알 수 있다. 주로 아이돌 댄스에는 잘 쓰이지 않는 댄스 구도라던가 주요 멜로디 밑에 깔리는 살짝 다른 멜로디의 얹힘으로 노래를 더욱 입체감 있게 만들어 주는 특징도 엿볼 수 있다.





참 신기하기도 하지.

하루에 나오는 신곡들이 어마어마할 텐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역주행'이라는 반짝이름표를 달고 신나게 나오는 곡이 있으니 말이다.

대표적인 곡으로는 "윤하"가 부르는 "사건의 지평선"이 있다. 역주행이 되어 정말 인기가 있는지를 판가름할 수 있는 기준은 커버를 얼마나 많이 하는지로 유추가 가능한데 여가수뿐 아니라 노래 좀 한다 하는 남자가수는 물론이고 심지어 외국인도 커버를 내놓았을 정도이니 역주행이 분명하다 말할 수 있겠다.



자신을 위해 팬들이 준비한 슬로건에 울컥하고, 노래를 따라 부르는 팬들을 보고는 또 울컥해서 노래를 제대로 잇지 못하는 모습이 아래 담겨있다.


https://youtube.com/shorts/PnxFx0bh4x4?feature=share


윤하는 사실 이름만 대면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이미 인지도가 상당한 가수다.

"비밀번호 486", "오늘 헤어졌어요", "우산", "기다리다" 등 이미 여러 번 히트한 적이 있는 가수인데도 그만큼의 입지를 다지기 위해 고생했던 과거가 떠올라서 눈물이 맺힌 듯한데 지금 당장 이름조차 알리지 못한 무명가수들의 고생은 말해 무엇하랴.





'글'도 마찬가지다.

아니, 노래보다 더 할 것이다. 노래를 감상할 때는 '귀'만 열어 놓고 가만히 듣기만 하면 되지만, 글은 받아들이는 입장에서 노래보다 더 능동적인 자세를 필요로 한다. 우선 책을 사야 하고 눈을 계속 굴려가며 읽어야 하고 손가락으로 책장을 넘겨줘야 하고 머릿속으로 끊임없이 상상이든 사고든 뇌 회로를 돌려야 하니 말이다.


요새는 읽는 사람은 없고 쓰는 사람만 있는 것 아니냐는 의심들을 할 정도로 정말 많은 글들이 쏟아져 나온다. 글이 많으니 책도 많다. 너무 많으니 나오는 족족 파묻힌다. 베스트셀러가 되는 책들은 몇 안 되니 힘들게 책을 낸다 해도 그다음이 기약이 없어 힘이 빠지는 경우가 훨씬 더 많을 것이다.



하지만 유명인에게 인터뷰할 때 항상 빠지지 않는 질문인

유명해진 비결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에 대한 대답은

마치 짠 것처럼

참 한결같다.  


지속적으로 포기하지 않고 1년이든 3년이든 5년이 지나든 나의 꿈과 목표를 위해 성실히 열심히 꾸준히 해 왔다는 대답.


한순간에 빵 터트리지 못했다고 내 인생에는 왜 실패만 있느냐 좌절하지는 않았으면 한다.

실패라는 단어를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힘을 누가 나에게 준다면

이 단어를 사실 난 없애고 싶다.

 

죽기 전 관뚜껑 덮기 전까지 우리는

실패가 아니라

계속 과정의 한가운데에 있을 뿐이니 말이다.



<사건의 지평선>의 가사 중

익숙함에 진심을 속이지 말자 는 가사가 나온다.

우리에게 너무 익숙해져 버린 이 "글"이지만

우리는 이 글에 너무 "진심"이지 않은가.

진심을 속이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https://youtu.be/CyvoWUC7dp0   출처. 리나대장님 유튜브

<윤하의 사건의 지평선을 커버한 외국인> 이쁜 척을 많이 하는 것이 흠이지만 눈을 감고 들으면 외국인인지 알 수 없을 정도의 정확한 발음과 가창력 때문에 이 영상을 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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