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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시아 Jan 12. 2023

나는 어떻게 1일 1 글을  쓸 수 있었나

꾸준한 글쓰기의 원동력

브런치에 들어온 지 3개월이 되었다.

작년 10월 12일에 합격메일을 받자마자 신이 나서 첫 글을 남겼으니 오늘 1월 12일을 기점으로 정확하게 3개월이 되었다. 90일간 115개의 글을 썼으니 무슨 일이 있어도 1일 1글은 꼭 다는 이야기가 된다.



브런치 시험 합격은 장원급제와도 같은 행복감을 주었다.

매일 반복되는 따분한 일상에 "합격"이라는 단어는 얼마나 신선한 충격인가!

기쁜 마음에 버선발로 뛰어들어와(?) 작가님들의 글을 읽어본다. 물론 이전에도 설렁설렁 읽어보긴 했다만 이젠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됐다는 뿌듯함에 하나하나 찬찬히 꼼꼼하게 살펴본다.



아마추어가 합격했다고 하루아침에 프로가 되는 건 아니니 난 여전히 아마추어 투명딱지가 이마에 붙어 있을 테고 나와 비슷한 처지의 아마추어 작가님들은 '죽기 전에 책 하나만 내면 소원이 없겠다.'라는 말은 안 했지만 이심전심으로 그 느낌은 알 수 있었다.

그에 반해 이미 책을 출간하신 작가님들도 나의 예상보다 상당히 많음을 프로필에 나열된 책으로 알 수 있었다. 책을 홍보하는 공간도 갖춰져 있는 곳이라 기성작가님들은 홍보목적으로 브런치에 들어오신 건가 하는 생각도 들고 뭐 아직 100일도 안 지난 나는 사실 잘 모르겠다.



둘러볼수록 놀랍다.

와... 요새는 읽는 사람보다 쓰는 사람이 더 많다고 하던데 책을 내신 작가님들이 정말 많구나...

책 내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라고 들었는데 한 권의 책을 출간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정성과 노력이 녹아들어 갔을꼬...

별 것도 아닌 내용의 글을 쓰면서 보통 한두 시간씩 걸리는 나를 돌아보면 작가님들의 각고의 노력을 가늠조차 할 수 없다.





다른 건 몰라도 "글" 이것만큼은 내가 어디 가서 빠지지 않지 하는 소리가 들리듯

내로라하는 작가님들은 그리스 로마 신화의 신들이 연회장에서 파티를 즐기듯


폭포수처럼 쏟아지는 수많은 작품과 멋진 글들에 폭 빠져 행복한 비명을 지르며 정신을 못 차리는 나날들이 지속되었다.



캬아~ 크으~ 감탄에 감탄을 자아내다가

어!!!

응???


제동이 걸렸다.


브런치가 갑자기 화보로 변하는 순간이다!

사진 속의 그녀는 수영장을 가는가 보다. 뒷배경을 보아하니 실내가 분명한데 이제 곧 캐리비안베이로 출동할 것인지 옷 색보다는 살색이 더 많이 보인다. 나는 짐작할 수 있었다. 곧 떠나리라는 것을. 이전의 글들을 주욱 내려보았다. 와... 그녀는 수영장 마니아인가 보다. 여전히 살색이 많다. 아, 바뀌었지! 살구색으로! 살구색이 많은 그녀의 브런치.

오호... 이런 분도 있구나.



브런치는 재미있다. 다양한 글들을 볼 수 있으니.

거의 모든 소재가 글감이 되니 글의 분야는 무궁무진하다. 그렇게 글의 힘찬 파도에 이리 휩쓸리고 저리 휩쓸리다가 갑자기 또 멈칫!


어!!!

엥???


여기는... 메모장인가...


글이 덜렁 한 줄이다.

우왓~! 시인가?

"시"일 수 있지. 찬찬히 읽어본다. 사실 한 줄이라 찬찬히 읽을 필요는 없지만 혹시나 내가 모르는 심오한 뜻이 있을 수 있으니 숨을 가다듬고 한 글자 한 글자를 후벼 팔 정도로 째려보며 느껴본다. 세상에! 이 작가님은 술을 드셨구나... 촉이 온다. 술을 드시고 한 줄 마음의 소리를 읊다가 주무시러 가셨구나... 그래 그럴 수 있다. 술은 우리도 모르는 우리 내면의 것들을 끌어내고 우리 몸을 마구 조종하지 않던가... 평소 그러한 마음을 갖고 계셨구나... 그 작가님의 이전 글을 본다. 아... 한 줄의 행진... 이 분은 술을 매일 드시는구나... 아니면 이곳을 메모장으로 사용하시는 건가... 에이, 설마...



신들의 잔치 같은 브런치 글들 사이에서 나까짓 게 함부로 글을 쓴다고 용기를 섣부르게 가져도 되는 걸까 했는데 곧 수영장에 가실 그 분과 메모장 쓰듯 편하게 쓰시는 그분 덕분에 나는 없던 용기를 쭈욱 짜내어 어쭙잖은 글을 쓸 수 있게 되었다. 감사함을 표하고 싶다. 정말 감사합니다.


그리고 내가 용기 내어 쓴 나의 글은 이제 또 누군가에게 힘이 될 수 있다!

와아... (좋은 건지, 안 좋은 건지...)


"이것도 글이라고 이 냥반, 응? 이름이 뭐라고? 아, 그래 루씨? 응, 루양반 하루에 하나씩 글을 꼬박꼬박 쓰는구먼?"


하고 내 글을 보고 "이 정도면 나도 힘을 낼 수 있지." 하며 누군가에게 글을 쓸 용기를 북돋아 주게 되지 않겠는가~

정말 뿌듯하다.

자신을 태워 주변을 밝히는 "초"처럼

다른 분들 글에 초치는 사람이 아니라

다른 분들 글을 위해 나는 내 한 몸 태우는 초가 되어 보리.




속으로 나지막이 아무도 못 듣게

내 귀에만 들리게 조용조용 속삭여본다.


쪽팔리지만 1일 1글은 하고 싶어.






**대문사진: 루시아 본인 아님 주의 (출처.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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