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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시아 Jan 01. 2023

케겔 운동과 브런치와의 관계

도대체가 늙지도 않고 세월을 비켜가는 것만 같은 최화정.

혹시 밥 대신 방부제를 먹는 건 아닐까 싶은 그녀의 우아하고 밝은 목소리가

라디오 "최화정의 파워타임" 에서 흘러나온다.


처음부터 들은 게 아니라서 갑자기 그 단어가 왜 나온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녀는 케겔운동에 대한 이야기를 게스트로 나온 장미여관과 나누고 있었다.


자기네들도 라디오에 이 단어가 과연 적합한가 하는 생각이 드는 건지

마침 또 12시부터 2시까지 편성된 시간이라

청취자들 혹시 점심식사 중에 들으시면 어쩌지 하는 마음이 드는 건지

큭큭거리고 웃음을 겨우 참으며 대사를 이어가는 게 들려 나도 같이 웃고 말았다.



케겔운동~!


운동이란 건 자고로 숨쉬기 운동과 저작 운동밖에 모르는 나이지만

이 운동은 의외로 곧잘 하는 편이다.

아이를 낳은 여성에게는 특히나 중요한 운동이고 말이다.


나이가 들수록 응꼬에 힘이 자꾸 풀려서 실수를 하는 어르신들이 많다고 들었다.

실제로 요실금 팬티라던가 케겔 운동을 편하게 도와주는 기계까지 나온 걸 보면 꽤 중요한 신체 부위임을 증명하는 게 아닌가 싶다.


아직 50이 안 된 어린(?) 나지만 가끔 집이 떠나갈 듯 우레와 같은 재채기를 신나게 하게 될 땐

슬프게도 찔끔... 한 적이... 없고 싶지만 한 번 있다... (글을 쓸 때 이렇게까지 솔직해야 하나 싶은 마음에 그만 저장을 누르고 이 글을 치워 버리고 싶지만 계속 이어 나가보려 한다. ㅠ.ㅠ)


그러니까 지금 나는 창피함을 무릅쓰고 케겔운동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사람은 3가지만 잘해도 어지간하면 건강할 수 있다.

잘 먹고~!

잘 자고~!

잘 싸기~!


마치 신생아와 같은 삶처럼 보일 수 있지만 신생아, 그 얼마나 귀엽고 신비롭고 아름다운가.

조그마한 몸으로 이 험한 세상에 태어나 그 한 몸 살아내기 위해 고군분투 하루하루를 전쟁 같은 삶을 보내고 있는 그 단계가 아니던가.


막둥이를 키울 때 잘 먹고 잘 자던 우리 아기가 무엇 때문인지 자꾸만 푸스스 설사를 해대는 통에 아가는 응꼬가 따가워 울고, 벌게진 아이의 응꼬를 보면서 나는 마음이 아파서 울고 그렇게 우리 둘은 한밤중에 구슬프게 울었던 기억이 있다. 그만큼 잘 싸는 일이란 매우 중요한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케겔 운동을 평소에는 전혀 생각도 않고 사는 사람이라 할지라도

본능적으로 이 운동은 몸에 좋다는 걸 알고 그러는 건지

모르지만 그냥 귀에 들리니 한 번 해보는 건지

옷에 가려 보이지 않는 숨겨진 엉덩이 두 짝에 불끈 힘을 주었다 힘을 풀었다를 반복하게 된다. 물컵에 빨대를 꽂아 입으로 슈욱 물을 빨아들이는 것처럼 응꼬에 집중해서 슈욱 힘을 주었다 뺐다 하면 된다.


정말 신기한 마법 같은 단어 케겔이다.

아무 신경도 안 쓰다가도

갑자기 어디선가 이 단어가 들려오면

서로가 말만 안 할 뿐 열심히 자기만 아는 혼자만의 운동을 하고 있는 중이니 말이다.


다른 단어들은 잘 안 그러는데

유독 케겔운동이란 이 단어가 갖는 힘은 참 막강한 것 같다.


보라~!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도 어느새

케겔 운동을 하고 있지 않은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힘을 바짝 주면 아랫배에 힘이 쫙 들어가면서 나온 배가 쑤욱 들어간다.

그리고 힘을 풀면 없어졌던 배가 까꽁~! 하고 튀어나온다.


새해 정초부터 정동진 가서 해돋이 못 본 것도 불만인데

무슨 응꼬 얘기를 이렇게 정성 들여 하는 걸까 의아하신 분이 있을 줄로 안다. :)

내 맘

.

.

.

.

.

.

.

.


은 아니고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글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은 거다.


케겔운동처럼 생각나면 글도 바로 실시간으로 갑자기 쓰면 좋은데

글은 아쉽게도 그런 임팩트 있는 단어는 아니다.

글~!

하면 독서를 떠올릴 수도 있고

글쓰기를 생각할 수도 있고

글자인 한글, 영어, 불어, 독어, 힌디어, 아랍어 등등을 떠올릴 수가 있는데


딱히 글~! 이라고 해서 케겔 운동처럼

글을 막~~~~마구 쓰고 싶은 생각이 드는 건 아니니 말이다.


그럼 글을 생활하려면 어찌하면 좋을까?


좀 더 임팩트 있는 단어가 필요한데

퍼뜩 떠오르는 단어는 바로 이것



브. 런. 치.



읽기만 하시는 브런치언님들도 계시지만

쓰시는 데 주력이신 브런치언님들은

"브런치"라는 단어를 들으면

아... 글 써야 하는데 하는 마음의 소리가 들리실 것으로 안다.



2023년 1월 1일

새해가 밝았다.


담배를 끊겠다.

술을 끊겠다.

다이어트를 하겠다.

여러 목표들이 있을 것인데


글을 쓰기로 마음먹으신 분은 항상 "브런치" 라는 단어를 떠올리면

글 쓰는 것에 좀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오늘도 이렇게 1일 1글의 숙제같은 글쓰기를 끝냈구나 하고

안도를 해본다.




가장 좋은 것은

글을 쓰면서

케겔 운동을 하면 일석이조겠다.  :)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건강하시고요~ ^^ 출처.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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