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루시아 Jan 16. 2023

도도도독 소리가 좋아

자꾸만 글을 쓰고 싶더라니

저도 한 번 그려보았습니다~^^




노트북 자판을 두드리는

도도독 도도도독 소리가 좋아요.


데스크톱 컴퓨터 자판은

타다닥 탁탁 타닥 탁

음... 소리가 거칠고 사납죠.


하지만 노트북 자판도 때론 거슬릴 때가 있어요.

살금살금 자라난 손톱이 자판을 해치면

상처받은 자판은 사나운 소리를 내죠.


자판을 달래러 나의 손톱을 깎아요.

손톱을 정갈히 깎아

손가락 끝으로 살을 밀어내면

다시 또 정겨운


도도독 도도도독 ~


언제 성질을 부렸느냐며 다소곳하고 얌전한 소리.

그 소리가 듣고 싶어 자꾸만 단추를 눌러봐요.


깜빡이던 커서만 홀로 있던 하얀 운동장에

어느새 외로운 그 아이 뒤로 글자 친구들이 줄을 길게 섰어요.

내 꼬리 잡아 봐~~~~ 라~

꼬리 잡기를 하는 것 같아요.


친구도 많아지고 정감 있는 소리도 풍성해지고

자꾸만 단추를 누르고 싶게 만들어요.

그래서 자꾸 글을 쓰는가 봐요.





예전에

아주 예전에

타자기를 쳐본 적이 있어요.


탁, 탁, 탁, 탁,


독수리 기법으로 치다 보면

어느새 타자기 머리는 자꾸 오른쪽으로 오른쪽으로

끝까지 밀려 나와요.


그럼 나는 오른손을 쭈욱 뻗어


들어가~~~

하고 다시 왼쪽으로 드르륵 밀어줬어요.


그리고 다시

탁, 탁, 탁, 탁,

한 글자씩 눌렀지요.





한 글자 한 글자 쓰고 나니 벌써 562자를 썼네요.


우리네 인생 같아요.


아무것도 없었던 맨 몸뚱이에서

뭐가 이렇게

하나씩 하나씩 자꾸만 늘어나요.


하얀 공간을 글자로 하나씩 하나씩 채워나가는 것이

꼭 우리 인생을 하나씩 하나씩 채우는 것만 같아요.


마음도 덩달아 뿌듯해지네요.




아무것도 없던 하얀 종이에

조금씩 조금씩 색을 채웠더니

어느새 고양이가 생겨났어요.

그것도 다섯 마리나 말이죠.


우리 인생도 앞으로

조금씩 조금씩 채워 나가 볼까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