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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시아 Oct 14. 2022

큰 아들과 막내아들의 결투

내로남불 휴대폰 편


샤부샤부 집을 갔다.



"야채 먼저 넣으시고 드시면 됩니다~~"



하고 간 종업원 뒤로 우리 넷은 초조하다.



'아. 배고프다. 육수야 빨리 끓어라 좀 빨리빨리~'



"육수 너 빨리 끓어라~!"라고 명령한다고 "네! 알겠습니다!"하고 빨리 끓으면 그건 육수가 아니지... 이내 시간이 해결해 주기를 바라며 나는 먼 산 바라보기 시전 중이다. 그런데 내 옆에 큰 아들이라 쓰고 남편이라 불리는 이 남자는 찰나를 놓치지 않고 유유히 핸드폰을 꺼낸다.




밥상머리에서 핸드폰 보지 않기 그것이 우리 집안의 룰이다.


너 나 할 것 없이 핸드폰을 주야장천 보고 있는 우리 식구지만 그래도 가급적 룰은 지키는 편이다. 초3 막둥이도 앞장서서 지킨다. 그런데 이 쏴람이 지금 핸드폰을 꺼낸다 고라고라고라???



내가 말이야.


글을 올리면 감사히 달아주신 답글에 절 올리며 댓글을 달아드려야 하는데도 지금 그것도 못하고 가족과의 오붓한 시간을 보내려고 하는 중인데 말이지... 어느 안전이라고 핸드폰을???


주식이 빨간 불인지 파란 불인지 체크하는 것도 아니고 어랍쇼? 게임을???


옆자리에 앉은 나는 마주 앉은 아이들이 들리지 않게 복화술을 시전 한다.



흐즈므르... 지브느르... (해석 : 하지 마라. 집어넣어라.)



어쭈? 아랑곳 않고 플레이? 어절씨구리? 나랑 싸우자는 건데??



그걸 지켜보는 막둥이가 앞에서 한 마디 한다.



"어허! 핸드폰! 안 하기로 했는데~!"



와... 우리 집에서 가장 큰 어른인 줄 ㅋㅋㅋ 말투 무엇??



큭큭 비집고 나오는 웃음을 겨우 참고 있는데



이 냥반 가로로 들고 있는 핸드폰을 세로로 스을쩍 돌리면서



"응~ 잠깐 아빠가 뭐 확인할 게 있어서 그래~"



라고 뻥을 친다. 와... 연기가 늘었...



맞은편에 앉은 아이들은 화면이 안 보이므로 제법 그럴싸하다.



막둥이를 지켜보던 딸내미가 동생에게 타이르듯 말한다.



"아빠는 게임할 때 가로로 잡고 하기 때문에 지금 뭐 중요한 거 잠깐 확인하시는가 봐~"



ㅋㅋㅋㅋㅋㅋ 제대로 웃음이 터질 판이다.



'아니야... 딸.... 지금 아빠는 가로로 해야 할 게임을 세로로 돌려서 플레이를 하는 중이란 말이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웃음을 겨우 참느라 내 눈은 애들을 쳐다보지 못하고 하필 미리 벗어 놓은 마스크 때문에 입도 감출 수 없어 입술을 꾹 깨문다.



...... 내 뱃속에 들어갔다 나온 아들내미 내 모습을 보고는 찰나를 놓치지 않는다.



갑자기 벌떡~! 일어나서 아빠 쪽으로 뚜벅뚜벅 걸어오더니 아빠의 핸드폰을 뺏어간다.



그리고는 핸드폰에서 유유히 돌아가는 게임 화면을 보며



"이건 뭐지~!!! 핸드폰 세로로 해 놓고 플레이하는 이 스킬은 뭐지~!!!"



ㅋㅋㅋㅋㅋ 쌤통이다. ㅋㅋㅋㅋㅋ



그러더니 마지막으로 한 마디



쐐기를 박는다.



"아빠~! 오늘 핸드폰 압수야~! 오늘 하루 동안 핸드폰 못 해~! 알겠지?"
 


하며 제 주머니로 핸드폰을 집어넣는다.



아우 꼬숩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큰 아들의 체구 따위 아랑곳 않고 당당히 결투에서 이긴 막내아들이 회심의 미소를 짓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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