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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시아 Oct 17. 2022

아들아! 이 에미는 널 그렇게 키우지 않았다

놀랐잖니


등교 준비로 바쁜 아침 시간이다.


똑같이 분주하게 서두르지만 머리가 짧은 아들은 언제나 항상 딸보다 준비가 빨리 끝난다. 누나가 치마를 꺼내 입고 윗도리를 이걸 입을까 저걸 입을까 망설이는 동안 아들은 이미 양말에 마스크까지 다 착용을 끝내고 가방까지 메고는 내 앞으로 다가오더니 중얼중얼거린다.



맨 얼굴이면 작은 소리라도 입모양으로 때려 맞출 수가 있는데 마스크로 입을 가리면 영 알아듣기가 쉽지 않다.



"아들~ 뭐라고?"


"시버얼~ 시버얼~"



"뭐?!!!!!!!!"


내 귀가 잘못됐나? 얘가 어제 뭘 잘못 먹었나. 엄마 앞에서 버젓이 욕을 하고 있다.



학교고 뭐고 다 필요 없다.


"너 이리 와 보세요. 지금 뭐라고 한 건가요?"


정신이 하나도 없어서 존대와 반말이 마구 뒤엉켜 나간다.



"응? 시벌~"


"엄마가 널 그렇게 키웠어? 도대체 그런 욕은 어디서 배운 거야? 너 그거 욕인 거 알잖아~! 어떻게 그렇게 태연하게 할 수..."



"응? 내 생일 시벌이잖아. 내 생일 언제 오냐고오~"


"응????? 푸하하하하하하하하"



"야아~! 엄마는 아들이 욕하는 줄 알았잖아~! 큭큭  그럴 땐 시벌이 아니고 시월이라고 발음하는 거야~ ㅋㅋ"


"응? ㅋㅋㅋㅋ"



뒤늦게 자기가 욕처럼 발음했다는 걸 알고는 둘이 얼굴을 마주 보며 얼마나 웃었는지 모른다.



느그 엄마 생일 들어있는 유월을 느그 아빠는 유궐이라 발음하는데 느그 아비나 너나 부자가 아주 또옥같구먼!






가끔 욕을 하면서 스트레스를 푸시는 분들도 있는 걸 압니다. 


시작점과 유사한 뜻인 시발점이 욕과 발음이 비슷하여 "시발" 을 먼저 쓰고 그다음 줄에 "점"을 일부러 나누어 쓰는 사람도 보았습니다. 


저도 때로는 "~~ 하고 ㅈㄹ이야 ~"라는 말 대신에 "~~ 하고 지렁이야~"라고 비슷하게 이야기하며 스트레스를 풀기도 하고요. ^^



말 한마디 내뱉고 스트레스가 풀리면야 이만한 가성비가 없습니다. 


다~~ 좋은데 말이죠. 적당히 하시고 가급적 혼자 있을 때 하시는 건 어떨까요? 


듣는 사람 식겁하니깐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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