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파릇파릇한(?) 40대인 나는 벌써부터, 한 번 앉아 버리면 일어날 때마다 에고고 곡소리를 내야 하는지라
밥 먹다 말고 가족 중에 누가 뭐 필요하다고 하면 매정하다 싶을 정도로 이렇게 이야기를 한다.
엄마가 일어나 있을 땐 뭘 시켜도 상관이 없지만 엄마가 밥 먹으려고 앉아 있을 땐 엄마 안 시켰으면 좋겠어. 너희가 직접 하는 거야~! 알았지? 너희 많이 컸으니까~ 오케이?
이런 말을 미리 해두니 참 편하다. 우리 가족의 작은 룰이랄까?
아이들 좀 어렸을 땐 괜한 심부름을 시켜 주방을 알짱거리다 사고를 치니 오히려 더 일을 만들지 싶어서 가만히 앉아 있는 게 도와주는 거라는 이야기-요즘 시대를 거스르는 말도 안 되는 이야기-를 했더랬다. 그렇게 나 혼자 식사에 필요한 온갖 것을 다 하고 있자니 이건 뭐, 밥을 먹는 건지 수발을 드는 건지 가늠을 못 할 정도로 정신이 혼미해졌다가 이제 겨우 앉아 먹으려고 하면 다 식어빠진 밥과 온기 없는 국... 식은 밥을 한 술 뜰 때마다 한숨까지 곁들여 먹었었다.
그런데 이제 초3, 초5면 제법 컸고 말귀를 알아먹는 나이이니 드디어 나는 안쓰러운 식사를 탈출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밥을 먹기 위해 분주히 준비 중에 주방을 왔다 갔다 하는데 아들이 밥상에 먼저 가까이 다가앉더니 아빠가 먼저 구워놓은 고기 한 점을 제 입에다 쏙 집어넣고는, 밥상에 있지도 않은 벨을 누르는 시늉을 한다.
엄마가 밥상에 앉기 전에 어서 엄마를 써먹으려는 심산이다. '이노므자슥~! 다 보인다. 속내가 ㅋㅋ'
모르는 척했더니 자기를 보라는 듯~
"띵동 띵동~~ 띵동 띵동~~"
시늉도 모자라 직접 벨소리를 입으로 내고 있다.
식당에서 종업원의 도움이 필요할 때 벨 누르는 걸 집에서 써먹는 응용력이라니~!!
나도 질 수 없다. 앞치마 두른 김에 두 손을 가지런히 모으고 머리를 조아리며 대답한다.
"네 손님~ "
이 타이밍에 원하는 건 딱 하나
물이다.
아들 손님이 먼저 말 꺼내기 전에 나는 쐐기를 박는다.
"손님~~~! 저희 매장은
물은 셀프입니다~~~"
하고 돌아서니
"허얼...... 아... 깜딱 놀랐네......" 하고 저 멀리서 구시렁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ㅋㅋㅋㅋ 오늘도 아들을 골려 먹는 재미가 아주~~~ 쏠쏠한 하루다. 물은 어쨌냐고요? 제가 서 있었으니 당연히 챙겨 주었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