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허락받고 클까?
오늘 아침에 일어난 따끈따끈한 소식입니다.
여느 날과 같이 아이들 가방에서 물통을 꺼내어 세척하고 새 물을 담아 주려고 하는 중인데... (아. 하교 후에 바로 물통을 꺼내 씻어야 하는데 워낙 정신없이 살다 보니 꺼내는 걸 깜빡했습니다. ^^;;)
물통 뚜껑을 열다가 힘에 부치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아무리 돌려도 열리지 않는 뚜껑...
뚜껑 너... 지금 나랑 싸우자는 건가...
2년 전이었나.
딸아이 가방에 교과서 귀퉁이가 물에 흠뻑 젖은 걸 보고 소리쳤죠.
"딸~!!! 가방이 왜 이리 한강이야~! 도대체 가방에 무슨 짓을 한 거니...ㅜㅜ "
그랬더니 달려와서 놀란 토끼눈을 하고선 머뭇머뭇 제게 이야기를 합니다.
"으응... 물통 뚜껑이 꽉 안 닫혔나 봐. 엄마 미안..."
"아니 이건 엄마한테 미안할 일이 아니구... 니 책한테 미안한 거지. 얘네들 얼마나 축축하고 차갑고 기분이 안 좋겠니..."
"응. 그래? 책들아 미안해~"
이렇게 세상 쿨하게 미안함을 전하고 휑 가버리던 아이가...
어느새 자라서 물통 뚜껑을 꽉 잠글 줄 알고 급기야 성인 여자가 열 수 없을 정도의 힘으로 꽉 꽉...
아무리 돌려도 열리질 않았습니다.
아무리 용을 써서 돌려도 안 돌아가는 뚜껑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딸을 부릅니다.
"딸~~~! 왜 이리 물통을 꽉 닫은 거야...? 뚜껑 부분이 나선형 모양으로 되어 있어서 그렇게 꽉 안 닫아도 물이 쉽게 새지는 않을 텐데? 안 열려... 이거 어떡허니?"
"응? 안 열려? 엄마~ 그거 줘봐 "
그러더니 물통을 뺏듯 가져가선...
단 번 에 !
너무나도 쉽게 슉 열어버립니다.
어이가 없더라고요.
얘 언제 이렇게 컸지... 내가 늙은 건가... 이제 초등 5학년인데... 나 벌써 이렇게 늙은 건가... 쟤한테 힘으로 못 당할 만큼? 아니 쟤가 힘이 센 걸 꺼야... 맞아. 나랑 키도 같은데... 나보다 발도 큰데... 그래 내가 잘 키운 걸 거야.
오만 생각이 교차 중입니다. 아이는 이미 등교 후 집에 나 혼자 있는데 아직도 뚜껑이 그렇게 쉽게 열려버린 그 충격에서 헤어 나오질 못하고 있습니다.
아마... 모르긴 몰라도 내가 낑낑거리며 힘쓰다 그 찔끔의 열림 때문에 딸이 쉽게 열은 거겠지... 하며 그냥 그렇게 생각해 버리려고 합니다.
흐음... 그렇지만
참 희한하고 이상하고 복잡한 감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