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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시아 Oct 22. 2022

혼자야?.. 어. 아직 싱글이야..

"범죄도시" 윤계상 대사가 생각나

여기는 어디?
어디긴 어디~!
아이들 하교 후 차 안이다. (매번 등장하는 이 장소를 배경 삼아 시트콤 소재로 삼아도 될 뻔했다는 생각을 잠시 하며)

초3 막둥이를 바로 옆 조수석에 태우고 룰루랄라 드라이브를 즐기려는데 엇~! 막둥이 무릎에 아침에는 없던 반창고 하나가 떠억허니 붙어져 있다. 내가 아침에 붙여준 게 아니니 오늘 학교에서 무슨 일이 생긴 게다.


" 아들~!!! 무릎에 반창고는 뭐야?"


딴에 엄마라고 호들갑이다. 신체발부 수지부모 (身體髮膚  受之父母) 라고 네 몸이 온전히 네 몸인 줄 아느냐 부모에게서 받은 너의 몸을 곱게 곱게 다치지 않게 써야 하는 것 아니냐 하고 일장연설을 하고 싶지만 수지부모... 엄마는 수지가 아니잖아...라는 말이 되돌아 올 걸 알기에 쓸데없는 말은 생략하고 온갖 호들갑을 떨며 질문세례를 이어간다.


" 누구랑 싸웠어?"
" 넘어졌어?"
" 언제 그랬어?"
" 양호실은 간 거야?"
" 담임선생님은 아셔?"


아들은 나를 쳐다보지도 않고 차창 밖만 쳐다보며 세상 시크하게 한 마디 한다.


" 그냥 넘어졌어."


여기서 그냥 넘어가면 재미없, 아니 뭔가 허전하지. 다시 질문한다.


" 어쩌다가?"
" 설마 계단에서?"
" 딴 데 다친 데는 없고??"
" 근데 넘어져???"
" 누가 너 밀은 거야????"


속사포로 물어보는 질문 양에 비해 턱없이 모자란 양으로 돌아오는 아들 대답.

간단하고 명료한 단 한마디.


" 아니."


...... (잠시 3초간 흐르는 정적)


" 허억..."
" 아무도 안 밀었는데."
" 너 혼자???"
" 혼자 넘어졌다고???"

" 푸하하하하하하하 "



웃음이 터졌다. 여태껏 걱정 모드였던 엄마는 어디 가고 웃겨 죽겠어서 마구 웃어댔다. 개그맨들 오버하면서 웃을 때 허리는 뒤로 한껏 젖히고 한 손은 배꼽 위로 올리고 목은 뒤로 박자를 맞춰가며 꺼억꺼억 웃어대듯, 마치 나는 이 아이 친엄마가 아닌 듯 정말 원 없이 웃어댔다.

너무 웃겨서...
상상을 해보니 너무 웃긴 거다. 아무도 안 건드렸는데

혼자서

지 발에 지가 걸려 넘어졌으니 얼마나 웃긴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들은 끝없이 웃고 있는 엄마를 한심한 듯 쳐다보며
한마디 내뱉는다.


" 뭐~! 꼭 둘이서 넘어지라는 법이라도 있어???"


" 아니... 뭐 그렇진 않지만... ㅋ"




아들을 센터에 들여보내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여러 감정이 든다.
예전에는 어디 하나 살짝 다치기만 해도 쫄래쫄래 나를 쫓아와서는 금방 닭똥 같은 눈물이라도 흐를 듯 왕방울만 한(?.. 사실 왕방울은 아니지만,, 왕방울이라고 해주자..) 눈으로 한껏 슬픈 표정으로 이제 곧 어마어마한 환자라도 된 양 나만을 바라보던 아이였는데

어느새 커서 저리 시크하게 아무 일도 아니라는 듯
또 철부지 엄마를 언제 철이 드실 거냐 같은 눈빛으로 쳐다보는 것이

다 컸다 싶은 생각이 든다. ㅎㅎㅎㅎ






너는 커 가는데 엄마는 항상 제자리이고 싶다.
너는 어른이 되렴.
엄마는 그냥 항상 철부지 하련다.
사랑한다. 아들~ ^^


아들이 힘들면 엄마가 손잡아 줄게. 엄마가 힘들 땐 네가 손 잡아 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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