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출하면 타인의 시선을 전혀 무시할 수 없으므로 이것저것 갖춰 입어야 하고 딴엔 격식을 차렸으므로 나에게 주는 보상쯤 된다. 집에 오면 재빠르게 훌훌 벗어던지고 최대한 간단하게 입고 돌아다닌다.
오늘 아침 등굣길에 잠시 신호를 받고 정지선에서 녹색불을 기다리고 있는데 딸이 우리 차 바로 옆 같이 대기하는 차를 바라보며
" 엄마~ 옆에 차 안에 사람들 보여~"
하고 차 안의 사람들을 손으로 가리켰다.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손가락질로 지적당하는 것을 굉장히 싫어하므로 나는 바로 딸의 손가락을 감싸 쥐며 이야기를 했다.
" 딸~ 네가 상대방이 보인다는 건 상대도 널 볼 수 있다는 뜻이야. 함부로 손가락으로 지적하면 상대가 오해할 수도 있고 말이야~ "
이 말을 하면서 아차차 바로 떠오르는 에피소드가 생각이 났다.
작년 한여름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날.
남편은 직장으로, 아이들은 학교에 간 이후 혼자 있는 나는 그날도 어김없이 최대한 가볍게 옷을 입고 방안을 활보하던 중이었다. 그리고 잠시 베란다에 나갈 일이 있었는데 8층인 우리 집 아래로 사람들이 차를 타고 어디론가 가는 모습, 지인들과 대화하는 모습들이 보였다. 난 꽤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는 입장이라 내 모습이 보일 거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않았다. 마치 조물주가 자신의 피조물들을 관찰하듯 유유히 관망하던 중이었는데 갑자기 번개를 맞듯 드는 생각~!!!
허억~!!! 내 눈에 저 사람들이 보이면 상대도 날 볼 수 있다는 건데~!!!
이 일화를 딸에게 간추려 이야기를 해 주었다. 간혹 상대는 못 볼 거라고 생각하고 택시 뒷좌석에서 콧 속에 손가락을 넣고 분주히 청소하던 사람이 룸미러로 택시기사와 눈이 마주쳤다는 이야기도 생각이 나고, 아무도 안 보는 줄 부끄러운 행동을 하다 나중에 발각되어 창피했다는 일화를 여러 번 들었던지라, 우리 딸아이에겐 그러지 말라는 예방 차원에서 이야기해 준 것이었다.
그렇게 창피함을 무릅쓰고 간간히 우스꽝스러운 표정도 지어가며 딸아이에게 에피소드를 열심히 이야기해주었더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