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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시아 Oct 14. 2022

나쁜 일은 혼자 오지 않아요

반전 같은 명대사


3일 전 나는 브런치 작가가 되었다.


사실 불과 몇 년 전만 하더라도 "브런치"라고 하면 아침밥과 점심밥 사이에 먹는 간단한 아점 정도로만 알았던 나는 브런치의 존재를 몰랐었다.


브런치가 아니어도 이미 글을 쓰는 다른 플랫폼에서 하루 종일 살다시피 했고 한 곳이면 족하니 당연히 다른 곳의 존재는 생각할 여력이 없기도 했다. 이곳의 좋아요를 뜻하는 라이킷처럼, 글을 쓰기만 하면 좋아요가 서로 경쟁하듯 찍혔고 답글이 연거푸 달렸으니 감사한 마음에 답글의 댓글을 열심히 쓰다 보면 하루가 짧아도 너무 짧았다. 마치 게임을 하는 듯했다. 쓸수록 내 글의 개수가 늘어나는 것도, 답글 수가 늘어나는 것도, 좋아요 수가 늘어나는 것도 마치 학교 다닐 때 칭찬통장에 도장받듯 도장 나무에 도장이 점차 늘어나는 느낌이 드는 것이 성취감도 마구 생겨났다.


그런데...

어느 날 나는 유령이 되었다...


실제로 유령이 아니라 내가 애정하던 글을 쓰는 그 공간에서 유령이 된 것이다. 아무리 의미 있는 글을 써도, 아무리 심오한 글을 써도, 아무리 재미나는 글을 써도 내 글은 수면 위로 올라오지 않는 상태가 된 것이다.

요즘은 뭐가 됐든 우선 눈에 띄고 봐야 하는 세상인데 눈에 띄지 않는다는 것은 참으로 날 무기력하게 만들었다. 뜨지 않는 건 둘째치고 나의 글에 달린 답글이나 댓글에 감사한 마음으로 내가 대댓글을 달면... 그건 보이지 않게 된 것이다. 마치 투명인간처럼 된 나.


그런 상황은 점점, 얼굴도 모르는 누군가에게 가스라이팅을 당하듯 나 자신을 움츠러들게 만들었다.


생각해 보라. 내가 아무리 소리쳐도 내 목소리는 들리지 않는 상황. 어떨지... 아마 상상하는 것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건 생각보다 더 잔인했다. 그것은 글을 사랑하는 사람에게 글조차 포기하게 만드는 정말 잔인하고도 못된 짓이었다.



내가 큰 잘못을 저질렀냐고?

글쎄...

당연히 잘못을 했으므로 그런 대접을 받는 게 아니냐고 생각하실지 모르겠다.

그런데 그 이유를 알 수가 없는 게 함정이다. 아무도 그 이유를 모른다. 내가 왜 유령이 되었는지는...

문의 메일을 보내도 돌아오는 대답은 약관을 잘 확인해 보라는 늘 똑같은 복붙 메일만... 이건 마치 무릎 꿇고 벽 보고 손들고는 찬찬히 생각해 보아라 네가 무얼 잘못했는지?라는 것과 거의 같은 말이었다.


이유도 모르는 채 얼마나 긴 시간을 반성해야 하는 건지 그 시간도 정해주지 않는다. 무기한이다. 기약이 없다. 이쯤에서 포기하고 말 것인가. 그럴 순 없지. 그래서 난 다른 곳을 둘러보게 되었다.


그곳이 바로 이곳 브런치 이다.


사실 얼마 전 지인도 이곳에서 활동을 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되었지만 솔직히 난 엄두는 나지 않았다. 무척 글을 잘 쓰시는, 내로라하는 쟁쟁한 분들이 계시는 곳이 브런치라는 인식이 있었던 터라 나 같은 게 무슨~ 하는 생각으로 지원조차 할 생각도 못 했었다.


그런데

궁지에 몰리게 된 나.

글을 쓸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한데 무슨 짓을 못하랴 싶은 마음에 드디어 지원하게 되었다. 이곳 브런치에 ^^


그리고 꿈에 그리던 작가가 되었다는 이메일을 받게 되었다. 정말 뛸 듯이 기뻤다. 날 인정해 준 이곳에 절이라도 하고 싶은 심정이었다.


매우 기뻤지만 이상하게도 온전한 마음으로 기쁘지는 않았다. 내가 1년여 동안 몸 담았던 곳에서 팽 당했다는 느낌은 지워지지 않았으니까.


그런 개운치 않은 마음을 가지고 있는데


나와 유독 텔레파시가 잘 통하는 글벗에게서 연락이 왔다.


오래간만에 연락을 주고받는 상황인데 힐링할 겸 마침 나의 글을 읽으러 예전 글 쓰는 플랫폼에 들어왔다가 알게 되었다시면서 겸사겸사 브런치 작가가 된 걸 축하한다고 했다. 브런치 작가가 된 걸 유령이 되었든 말든 그곳에 자랑 겸 올렸었는데 그 글을 보고는 알게 되었다면서. 그런데 그 글벗님은 내가 왜 유령이 되었는지 너무 궁금하지만 다음에 이야기를 듣겠다며 오늘은 축하만 하자 하시는데 나는 속상한 마음에 간략히 몇 마디를 내뱉고 말았다.


유령이 된 이유는... 이유가 없는 것이 이유라고...

마음의 상처를 많이 입게 되었다. 그동안 좀 힘들었다.

라고 했더니 글벗이 내게 따뜻하게 하는 말.



루시아 님.
원래 나쁜 일은 혼자 오지 않아요.
뒤에 꼭 행운이라는 친구를 데리고 오죠.


잠시 얼음땡 놀이를 하다가 얼음을 외친 듯 온 세상은 멈추었고 아득해졌다. 그리고 저어 멀리서 기쁨이란 아이들이 환희를 데리고 하나 둘 나에게로 전진해 오는 기분이 들었다.






이제는 오히려 나를 팽한 그곳에 감사한 마음이다.

만일 그곳에 안주하여 새로운 도전을 하지 않았더라면 계속 그곳에 머무르며 소소한 행복만을 이어갔을 테니. 마치 우물 안 개구리 같은 모습을 하고 웃고 있었겠지.


이제 나는 좁은 우물을 벗어나 더 큰 세상으로 나오게 되었다. 더 많은 훌륭한 작가님들과 더 많은 독자들과 더 넓은 세상을 마주하게 된 것이다. 나를 배신하였고 또 나에게 적지 않은 충격을 준 그곳이지만 나는 감사한 마음을 갖기로 한다.

새로운 곳에 이를 갈고 도전하게 해 주었으니 말이다.


그리고 나와 텔레파시가 잘 통했던 그 글벗님께 정말 감사한 마음을 전한다.

지금의 힘듦은 잠시 후면 등장할 행운의 여신을 위해 편케 걸으라고 미리 깔아놓은 레드카펫과도 같다는 걸 일깨워 주셨으니.


그러니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도 좌절감을 느끼셨거나 시련이 닥쳤다고 해서 누구보다 재빠른 포기는 하지 마시기를 바란다.

그건 바로 곧 다가올 행운의 쌉쌀한 애피타이저 정도로 여겨보시면 어떨까 하는 나의 작은 바람이다.



p.s 오늘 아침에 올린, 별 것 아닌 글(큰 아들과 막내아들의 결투)의 조회수가 이상하게 자꾸 올라가네 했는데 알고 보니 Daum 포털에서 브런치의 추천 글로 내 글이 제일 1등으로 올라온 것을 확인하게 되었다. 우리나라에서 내로라하는 포털사이트에 나의 글이 언급이 되다니 그것도 제일 첫 순서로~!!! ㅎㅎ 너무 신기해서 스샷을 한 번 찍어 보았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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