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 의미 없는 이 글을 왜 하루에 하나씩 안 쓰면 나는 왜 이리 마음이 불편한가 생각해 보았다.
다른 누구와의 약속도 아닌
바로 나와의 약속이다.
솔직히 말하면 매일 글을 쓴다는 어필도 좀 있기는 하다.
일주일에 수요일마다 글을 발행합니다. 혹은 목요일마다 글을 발행합니다. 길게는 2주에 하나씩 글을 발행합니다. 라는 멘트를 써 놓으신 작가님들도 계시지만 대부분 내키는 대로 글을 발행하지 날자에 맞춰 글을 발행하지 않는 분들이 일반적이다.
한데 나는 국문학 전공이길 하냐
책을 내길 했냐
개뿔 아무것도 없으면서 그저 글이 좋아 목을 매고 글을 쓰고 있는데
그나마 꾸준함이라도 있어야 잊히지 않을 수 있겠다 싶어 이렇게 매일 글을 쓰는 게 아닐까 싶다.
최소한 하루에 하나씩 글을 올린다는 인식이 박혀 있으면 굳이 알람을 켜두시지 않아도
아! 하루가 지났네, 어제는 루시아가 쓴 글을 못 봤는데 하루 지났으니 한 개 안 읽은 것이 있겠네 한 번 가 볼까 하고서 방문해 주시는 독자님들이 꽤 계시는 것 같으니 말이다. 새 글을 발행하자마자 처음에 다다닥 눌리는 라이킷은 더뎌도 후에 하루 이틀 지나고서도 잊지 않고 찾아와 주시는 독자님들을 보면 인식이라는 게 굉장히 중요하구나 하는 걸 또 한 번 깨닫게 된다.
어찌 되었든 글을 매일 쓰는 습관은 다행인지 불행인지 몸에 밴 것 같다.
글을 안 쓰면 화장실 가서 제대로 안 닦고 나온 것처럼 찝찝하고
밥을 우걱우걱 밀어 넣고 물 한 모금 안 먹은 것처럼 목이 콱 막히고
어딘가 모르게 마음이 답답한 것이 편하지가 않으니 말이다.
하여 어떻게든 두 손이 내 몸을 끌고 가 컴퓨터 앞에 앉혀 놓고 자판 위에는 어느새 그 두 손이 올라와 있기는 한데
그다음이 문제다. 아니 문제라기보다 계속 이런 식으로 꾸준하다고 해서 정말 나아질 수 있을까 하는 것이 의문이다. 어느 정도 인풋이 있어야 아웃풋도 좋아질 것인데 매번 인풋도 없이 무조건 뽑아내려다 보니 글이 전혀 늘지 않는 느낌이 든다.
하기사 글이 늘면 뭐 할 것인가. 100점 만점에서 현재 10점 정도 되는 점수에 0.1점이 는다고 한들 크게 뭐가 달라지겠나. 너는 지금 네 점수를 10점이나 주고 앉아 있느냐? 네 스스로 너를 평가하는 점수는 참으로 후하게 쳐주는구나 하신다면 매우 슬프겠지만 그래도 그 밑으로 더 깎아내리고 싶지는 않다. 그건... 그건 마지막 내 자존심이니까.
양적인 성장이 곧 질적인 성장이라고 말씀하시는 분들이 꽤 많은데 글쎄... 아직 크게 와닿지 않는다. 그분들 말씀이 틀렸다는 게 아니라 나 하나만을 두고서 돌아봤을 때를 말하는 것이니 오해는 않으셨으면 한다.
그래도 이렇게 꾸준하면 뭐라도 늘긴 늘었을 텐데 하며 굳이 굳이 짜내어 본다.
아! 그거 하나는 좀 늘었다.
맞춤법! 띄어쓰기!
다른 작가님들께 댓글을 쓸 때는 내가 맞게 썼는지 틀리게 썼는지 빨간 밑줄로 힌트를 주지 않으니 미리 메모장에 써놓고 부산대맞춤법 검사기에 복사해 붙여 넣고 검사를 하는데 처음엔 틀린 것이 몇 개 나와 고쳤다면 요새는 틀린 항목이 없다는 깔끔한 화면이 보인다.
이것만으로도 감사해해야 할까.
우리글을 바르게 쓰는 데 일조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면 되는 일일까.
어젯밤부터 머리가 깨질 듯이 아프다.
빈혈 때문에 두통이 올 수도 있다는데
체중계는 파업할 정도로 다이어트는 안 하면서 빈혈로 두통이 왔다는 게 너무 우스워서 인상을 쓰면서 웃고 있다. 빈혈약이나 사야지. 두통약은 그만 먹고...
어제저녁엔 1년 이상 글을 써 오다 여러 이유로 발길이 뜸하게 된 애증의 글쓰기 플랫폼에 오래간만에 들어가 인사를 했다. 다들 얼마나 반겨주시던지 눈물이 날 뻔했다. 혹시나 고새 날 잊고 넌 누구니? 하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그나마도 꾸준한 한 때가 있어 그동안 잠시 발걸음을 안 했던 날 용서해주시는 건가 싶은 생각도 든다.
그냥 들어가기 멋쩍어 요새 한창 유명세를 타는 다나카 상의 영상을 가지고 들어갔는데 우연찮게 지금 이 글과도 일맥상통하는 영상인 것 같아 같이 올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