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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시아 Mar 11. 2023

괜한 말을 꺼냈지

성형수술

옆에 앉아서 유튜브를 보고 있던 남편이 나지막이 감탄을 한다.

하늘의 명을 깨닫는 나이라고 하는 지천명, 아직 50도 안 됐으면서 한 100년을 산전수전 다 겪은 사람처럼 세상 놀라운 일도 없고 좀처럼 동요라고는 없는 사람인데도 불구하고 낮은 감탄을 하는 정도면 굉장한 이슈임에 틀림없다.


궁금증이 몰려와 흘긋 눈동자를 움직여 뭘 보고 있나 쳐다보았다.

얼라료?

여자 얼굴을 보고 있네? 사지 멀쩡한 와이프 옆에 두고 제정신인가?

부드럽지 않은 목소리가 튀어나와 말을 걸었다.


뭐야. 뭐 보는데 그래?


응~ 이거 좀 봐봐.


그러더니 금방 본 짧은 영상을 내게 보여주는데

와...

얼굴 가득 미의 조건에 모두 반(反)하는 방향으로 흘러가 버린 자유분방한 얼굴이 성형수술을 받고 나자 스펙터클하고 언빌리버블한 아름다움을 뽐내는 모습으로 변했다. 성형 전후의 사진들을 그동안 자의, 타의에 의해 수없이 봐 왔던 터라 별로 놀랄 것도 없는 일인데 이번 영상은 여자인 내가 봐도 정말 놀라웠다. 엄청 다이내믹한 변화를 보여주는 영상이었으며 거짓을 조금만 더 보태면 미스유니버스에 나가도 1등을 거머쥘 정도의 아름다움이었다. 남자는 원래 어지간한 여자만 봐도 와~~ 하겠지만 여자인 내가 봐도 와~~ 하는 감탄이 절로 나올 지경이면 말해 뭐할까.


역시 우리나라는 성형천국이다. 원정수술을 받으려 외국인들도 우리나라에 오는 경우도 있다고 하니 세계 최강의 기술을 자랑하는가 보다.


궁금해졌다. 금액이.

궁금하면 물어봐야지. 참을 이유가 무언가.


그래서 그 수술은 얼마나 들었대?


으응~ 7천만 원~ 


응 그래? 그럼 나~ 7천만 원만 줘봐 봐.


응?(멀뚱멀뚱)


나도 다 갈아엎어보게.


......


어쭈?

들은 척 만 척이다. 다시 고개를 숙이며 재미있는 영상을 찾는 손놀림만 바쁘다.


아니 이 냥반 주지도 않을 거면 자기는~~ 안 해도 돼~~라는 말을 해야지

안 해도 된단 얘긴 또 안 한다.

아...

현타가 물 밀듯 밀려오는 안 아름다운 밤이다.

뚜까패고 싶다.




출처.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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