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한 번은 공부하다가 궁금한 게 있어서 수업 종이 끝나고 선생님을 바로 쫓아 따라나간 적이 있었다.
"선생님~~ 물어볼 게 있는데요~"
그랬더니 선생님이 뜬금없이 팔의 소매를 둥개둥개 걷어 올리신다. 맨 살만 보이게 팔꿈치까지 걷어 부친 팔을 내 얼굴에 디밀며 한 마디 하신다.
"응~ 물어~"
"네?"
"물어 본다며어~ 대신~! 살살~안 아프게 물어 줘~"
"네???"
그제서야 내가 잘못 말했음을 뒤늦게 깨닫고 겸연쩍게 웃으며 고쳐 말했다.
"아아~~~ 여쭤 볼 게 있어요"
"아~ 그래?"
그러시며 옷을 주섬주섬 끌어내리신 선생님
"어떤 거? ^^"
그 당시는 '상당히 독특한 선생님이시네.'하고 '참 유별나셔~~' 하며 해프닝으로 넘겼는데 20년이 훨씬 지난 지금도 내 머릿속에 남아 떠나지를 않는다. 일주일 전 있었던 일도 요샌 가물가물한데 그 오래전 일들이 생생한 영화의 한 장면처럼 느껴진다. 창문에서 따사로운 햇살이 마구 쏟아져 내려와 교실 안을 환히 비쳤던 것도 같고.
고2도 고3 같던 하루 온종일 특별한 일이 없어 단조로운 날들 중, 참신한 방식으로 수업을 이끌어 가셨던 우아하면서 독특하셨던 국어 선생님 덕분에 숨통이 좀 트인 학창 시절이었다.
일요일 한가한 오늘
따사로움과는 거리가 먼 아직은 겨울 끝자락에
우연히 지인에게 "물어볼게요"라는 말을 쓰다 꽁꽁 덮어 두었던 나의 기억이 떠올라 흐뭇한 마음에 몇 자 적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