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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시아 Sep 01. 2023

물로 씻으면 안 돼요!

꼬치 100개 사고 연마제로 심신 연마하기


와... 양꼬치에 이리 진심인 아저씨일 줄은 정말 몰랐다.


집에서 양꼬치 집 분위기를 만들어 편하게 먹어 보겠다는 야심 찬 기대를 안고 "주문한다~~~" 이 한 마디만 던지더니 결제 버튼을 냉큼 눌러버린 남편.


며칠 후

도착했다. 꼬치만 100개.


"여보... 정녕, 꼬치를 100개나 사야 했어?"


"응. 100개가 최소단위야."


"이거 재질이 스테인리스야. 어쩌려고 그래."


"응? 스뎅(=스테인리스)이 뭐 어때서 스뎅이 최고 아니야?"


"음... 스뎅은 말이야. 연마제 처리가 되어 있어서 제일 처음 세척이 중요하면서 귀찮단 말이야."


상세히 알려 주려고 지식인에 똑똑똑 노크를 하고 있는데 날쌘돌이 남편은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꼬치 100개를 그만 설거지 대야에 풍덩 입수시키고 말았다.


으... 그거 기름으로 좀 닦아야 한단 말이야.  

라고 얘기하려 했는데...


어쩌면 좋지....


이미 물에 풍덩 빠져 촉촉해진 꼬치들이라 달리 방법이 없으니 제쳐두고 찬찬히 검색의 시간을 가졌다.


아.. 막상 검색해 보니 세척 과정이 정말 만만치가 않다.

기름을 구석구석 꼼꼼히 바른 후 이럴 거면 왜 발랐니 생각이 들 정도로 키친타월로 싸악 닦은 후, 식초를 넣은 물이 끓어오르면 스텐을 몽땅 집어넣어 팔팔 끓여야 한단다.


스테인리스가 아닌 다른 재질의 새 식기류를 샀을 때 중성세제로 단순 세척만 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과정이 이렇게나 복잡했다니.

이러한 세척 과정을 거치지 않으면 씻으나 마나가 되어 연마제의 검은 것이 손에 자꾸만 묻어 나온다.


귀찮다고 소홀히 닦으면 그 검은 것이 소중한 나의 몸속에, 사랑하는 가족의 몸속에 차곡차곡 들어가 쌓여 암을 유발하게 된단다.


세척 과정도 단계별로 쉽지 않은 과정이지만, 지금 가장 필요한 건 인내와 끈기, 그리고 팔의 힘이다.

머리로는 이해가 가는데 100개나 되는 걸 한 개씩 들고서 손에 힘을 주어 빡빡 닦고 있으려니 돌아버리겠다. 어휴...


아직 끓는 물에 넣은 것도 아니고 애써 바른 기름을 키친타월로 싹싹 닦아내는 중인데도 벌써 지쳐간다.


막둥이가 흘끗 우리를 쳐다본다.

몸은 꼬꼬마지만 말할 때 보면 아주 어른스럽기가 이를 데 없는 막둥이다. 휘둥그레진 눈으로 우릴 한 번, 꼬치무덤을 한 번 번갈아 쳐다본다.


아빠, 엄마가 뭘 열심히 하고 있는데 좀처럼 우리 집에선 들어본 적 없는 한숨 소리가 들리니 무슨 일인가 싶어 굳이 주방까지 행차하여 동태를 살펴본 것이다.


"히~~~ 익!! 꼬치가 왜 이렇게 많아???"


"으응. 너 양고기 구워 주려고 아빠가 이렇게 많이 사셨대."


"이게 몇 갠데?"


"으응. 100개래."


"헐... 다 하지 말고 몇 개만 해. 그렇게 힘든데 그거 다 안 해도 괜찮지 않을까?"


이제 고작 열 살 남짓한 어린애가 이제 곧 지천명이 될 어른 둘을 앞에 두고 욕심을 부려 무엇하느냐를 설파한다.


묘하게 설득된다.

한숨 쉬던 남편은 손에 잡고 있던 꼬치를 물끄러미 보며 내게 은밀히 말한다.


"우리 요것까지만 하고 남은 건 따로 넣어둘까?"


나야 뭐 바로 오케이지.




결국 어찌어찌 한 30개를 만들어 고기를 꽂아서 구웠다.

그런데! 헉!!

꼬치가 헛돈다.

꼬치를 돌리면 딱 고정된 고기가 꼬챙이에 가만 붙어서 요리조리 겉 표면이 고루고루 구워져야 하는데 고기가 헛돌아버리니 계속 한쪽만 타고 안 익는 부분 쪽에는 불조차 닿질 않는다.

환장한다.

그래서 어떻게 했냐고? 뭘 어떡해.


도로 다 뺐다. @.@


이게 도대체 뭐 하는 짓??


아... 그것의 쓰임새가 다행히 있긴 있었다. 어찌어찌 다 익은 걸 맨 마지막에 막둥이가 빈 꼬치 하나 들고 연거푸 세 개, 네 개 꽂았다.

그래, 꼬치야. 그렇게라도 넌 네 역할을 다 하고 있구나.

다행이다. 네 본분을 찾아서.



여보. 근데 정녕 꼬치 100개가 필요했던 거야?

그게 최선이었어?


내가 몇 번을 말해...

100개가 최소 개수였다고...


...

꼬치야 서랍에 들어가서 깊은 잠에 들려무나.

언젠간 쓸 일이 있겠지. 아놔.




*연마제 계속 먹으면??
연마제는 스테인리스와 같은 금속 표면을 깎아 부드럽게 만들기 위해 사용하는 재료인데 소비자들이 사고 싶게 만들기 위해 반짝반짝 광택까지 덤으로 준다. 이 반짝거림에 현혹되어 구매한 후 대충 씻고 사용하게 되면 연마제를 계속 먹는 결과를 초래하게 되는데... 연마제의 주성분은 2A등급 발암물질이기 때문에 일반적인 세척으로는 어림도 없다.

**따라서 연마제를 제거하려면??
종이타월로 식용유를 묻혀 표면을 닦아주고 식초와 물을 1:9의 비율로 혼합한 후 15분 정도 끓여준 후 중성세제로 닦아주면 깨끗하게 제거할 수 있다.



아... 이 글을 다 쓰고 나니 갑자기 번쩍 떠오르는 아이들 유치원 때 필수 준비물이었던 식판... 그리고 수저...

그것도 지금 생각해 보니 스테인리스였다..


미안하다. 얘들아...

앞으론 이 엄마가 놓치지 않고 신경 쓸게.





*Pixabay로부터 입수한 Văn Nguyễn님의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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