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도 너무 다른 남편과 나
과묵한 남편이 어쩐 일로 먼저 대화를 시도한다.
내일도 쉬는 날이라 마음의 여유가 생겼나.
여보, 하림 알아?
(하림 당연히 알지, 이런저런 부연설명이 뭐가 필요할까. 가사 한 줄 읊어주자.)
사랑이 다른 사랑으로 잊혀지네.
하림 아냐고.
(어, 못 들었나? 왜 또 묻지..)
금방 말했는데?
하림 닭 있잖아, 닭.
하림의 창업주가 병아리 한 마리로 시작을 했는데 고등학생 신분에 14억을 벌었대. 어쩌고 저쩌고... 블라블라.
......
내가 모르는 것 같으니
더욱 신나서 이야기하는 남편.
그 모습을 바라보는 나.
정신이 혼미하다.
사랑은 다른 사랑으로 잊으라는 서글픈 가사를 곱씹으며 옛사랑이 떠오를락 말락 하고 있었는데 난데없이 튀어나온 닭 한 마리라니...
난 왜 "사랑이 다른 사랑으로 잊혀지네." 노래가 떠올랐을까.
설마 가수 하림이 닭 파는 하림의 창업주는 아니겠지...
서랍을 뒤적뒤적 뒤지는 남편.
멀리서 내게 질문 같지 않은 질문을 목소리에 힘을 주어 외친다.
여보! 고무줄하고 무슨 원한 있어?
헙?!
티키타카를 좋아하는 내가 잠시 할 말을 잃었다.
서랍 귀퉁이에 조그맣고 네모난 통에 고무줄이 그득 들어차 있는 걸 남편이 본 거다. 보름 전에 절반 이상 버렸는데도 불구하고 벌써 가득 찼다고? 열심히 모은 나 칭찬해. ㅡ.ㅡ
고무줄은 참 쓰임새가 다양하다. 다양한 만큼 참 여기저기서 많이도 생긴다. 그래서 내 돈 주고 사기는 참 아까운 아이템이다. 그런데 이게 또 찾으려면 개똥도 약에 쓰려면 없다는 말처럼 잘 보이지 않는 희한한 물건인 것이다.
그래서 조그만 통을 하나 만들어서 그 안에 차곡차곡 모아 놓은 건데, 내 눈에 띄는 노란 고무줄이란 고무줄은 죄다 그 안으로 집어넣는 습관이 생겨 버렸다. 노랗든 거멓든 죄다 손에 잡히는 대로 다.
미니멀리스트를 추구한다고 보일 때마다 버려버리면 나중에 또 필요할 때는 안 보이니, 돈 주고 사기는 또 아까운 물품이라 보일 때마다 다음에 또 쓸 일이 있겠지 싶어 나름 통에 차곡차곡 모아놓은 건데.
나와는 정반대로 보이는 족족 갖다 버리는 성향의 남편이 물었다.
고무줄이랑 무슨 원한 관계 있어??
없는 원한 관계 만들어 준다. 내가.
응~! 이 지구상에 모든 고무줄이란 고무줄은
내가 그냥 아주 싹 다 모을 거야~! 큭큭
*다람쥐 두 마리 모두 pixabay에서 데리고 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