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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시아 Jun 03. 2023

초등 4학년 아이가 그게 할 말?

솔직히 말해 봐. 너 인생 2회차지?

저질 체력인 나는 시도 때도 없이 침대로 가서 벌러덩 드러눕는 경우가 잦다.

몸무게는 날마다 느는데 체력은 자꾸 반비례 그래프를 향해 달린다.

몸무게랑 체력 너희 둘 다 이렇게 자꾸만 따로따로 놀 거뉘?  


몸무게가 늘든 말든 엄마 오리 꽁무니만 쫓아다니는 아기 오리 같은 남편은 내가 침대에 누운 걸 어찌 알고 와서는 자꾸만 장난질을 친다. 일한다고 책상머리 붙어 있을 땐 건드릴 수 없으니 내가 벌러덩 할 때까지 잠자코 기다린 스스로에게 주는 보상인가. 하지만 아무리 내가 자기 거라고 해도 그렇지 무방비 상태의 나의 몸을 고양이가 꾹꾹이 하듯 자꾸 눌러대면 그것만큼 귀찮은 게 없다.





제발 그러지 말라면 내 반응이 재미있어서 더 그러는 거 같다. 간지럼을 잘 타는 나는 내 몸에 손끝이 닿기도 전에 소리를 질러댄다.


아아아앜ㅋㅋㅋㅋ 하지 말라고오!!!

쫌~!!!!! 아아악!!!!!!!!!!


소리를 있는 대로 질러대니 거실에서 열심히 운동을 하던 아들이 안방으로 순찰을 들어왔다.

그리곤 지구대 경찰처럼 근엄한 목소리를 낸다.


왜 자꾸 엄마의 비명소리가 들리는 거지?


나는 잘 됐다 싶어 아들에게 냉콤 일러바친다.


아빠가~~ 엄마를 자꾸 괴롭혀~~~


엇!!! 분명히 나는 괴롭힌다고 고자질했는데 아들은 유유히 돌아나가며 대답한다.


그럼~ 오붓한 시간 보내~


엉???

이게 아닌데???


쟤 지금 뭐라는 거야?

푸하하하하


아들은 과연 어디까지 아는 걸까?

저 아이는 혹시 인생 2회차가 아닐까?

남편과 나는 서로의 얼굴만 쳐다보며 어리둥절하다 볼은 이내 홍당무가 되고 말았다.





고양이 꾹꾹이 출처: 파이리와 돌체라떼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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