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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시아 Jun 15. 2023

치명타 날리면 상쾌한가

우울감에 푹 빠져 며칠을 보내고 고개 들어 정신을 차려보니 내 브런치는 잡초가 우거지고 바람이 휘잉 부는 폐가 꼴이 되어 버렸다.


투박하고 작은 바위 같은 내 글이 시냇물에 징검다리 모양으로 띄엄띄엄하나마 자리를 잡고 있긴 했었는데

실컷 멍을 때리고 돌아와 보니 디딤돌 있어야 할 자리에 돌은 없고 세찬 물줄기만 흐르고 있다. 이런...


반전 느낌 나게 웃음의 돌을 하나 담가야 하나, 우울모드 돌을 이참에 하나 더 던져야 하나 생각만 하면서 브런치 안에서 이리 갔다 저리 갔다 다른 분들의 글을 찬찬히 읽어 본다.


사유가 깊은 글 하나

감정이 꽉 들어찬 글 하나

마음이 아파 보이는 글 하나

깨발랄 즐거워 보이는 글 하나


하나하나 읽어가며 글을 쓰신 작가님의 마음을 고스란히 같이 느껴가고 있는데, 그렇게 좀 따듯하게 느끼고 싶은데 댓글에 여지없이 투덜이 스머프가 등장한다. "난 즐거운 거 싫어.", "난 행복한 거 싫어." 뭐 이 정도는 귀엽게 봐주기라도 하지.


투덜이 스머프 중 끝판왕이 나타났다.


아무 맥락 없이 툭 싸지른 댓글 하나.


"그냥 난 네 의견이 싫어."


으이그... 이건 도대체 뭔가 싶다.


굳이 들어와 상대의 마음을 꼬집고 비틀고 그것도 모자라 꽉 잡고 한 바퀴 돌릴 일인가.



사이버폭력 뭐 별 거 있나.

n번방 사건처럼 상대를 협박하여 동영상이나 사진을 받아내고 유출시키는 것만이 사이버폭력인가.

잔잔한 마음에 돌 던지고 가는 것도 폭력이다.

돌 들어내 던질 힘도 없어 보이더만.



누가 묻는다.

"폭력을 당할 때 체적으로 당하는 게 더 아플 것 같아요?

정신적으로 당하는 게 더 아플 것 같아요?"


내가 답한다.

"체적인 건 너무 아플 것 같고, 정신적인 건 오래 아플 것 같아요."


폭력 없고 아픔 없는 세상에서 살고 싶다.




쨉도 계속 때리면 치명타 돼.
자꾸 때리는데 버틸 장사 없어.


                         -드라마 "비밀의 숲"의 대사 中




버티고 살게끔 좀 냅두자 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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