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재"의 프로페셔널한 진행이 돋보이는 "문명특급"에 이광수가 나와서 행복한데 불안한 표정을 지었던 게 생각난다.
출처. 별솔의 life story
내가 다시 나를 생각해 본다.
나는 요즘 행복... 하...... 나?
"행복하다"라고 "다"로 끝맺음하려 했는데 "나"로 끝나버렸다.
그러니까
행복한데 불안하다는 말이다.
하지만 무엇 때문에 내 심정이 행복과 불안을 동시에 느끼는지는 밝힐 수 없다.
"저는 눈썹이 너무 진한 게 콤플렉스예요."
라고 말하는 순간 여태껏 멀쩡했던 얼굴에서 화자가 말한 눈썹만 도드라져 보이게 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아무렇지 않게 보아 왔고, 그만하면 괜찮다고 한 중간은 가는 얼굴인데, 눈썹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면 잘 모르고 넘어갈 수 있었을 텐데, 구태여 스스로 꺼내어 말한 자신의 단점 때문에 사람들이 앞으로 그 사람의 얼굴을 볼 때는 얼굴에 동동 뜬 눈썹만 보게 만들어버린 거다. 이것이 바로 긁어 부스럼이겠지.
그래서 나는 왜 "행복한데 불안한 건지" 말을 할 수가 없다.
그건 정말 내 일기장에 고이고이 써서 모셔둬야지.
아... 이광수의 저 표정.
행복한데 불안한 저 표정.
뭔지 알겠다.
지금 내가 그렇다.
행복은 한데 불안해 미춰버리겠다.
이광수처럼 손톱을 죄다 물어뜯다가 손톱이 다 뜯어져 나갈 것만 같다.
어쩌지. 덜덜덜...
떨린다. 시험대 위에 오를 그날이.
무섭다.
나 너모 무서워.
이젠 되돌릴 수도 없는데 어디 가서 숨고 싶다.
내 하는 꼴이 어디 쥐구멍에 얼굴만 집어넣은 것 같다.
나는 꼭꼭 숨어 다 숨긴 줄 알고 안도의 한숨을 짓는데 알고 보니 얼굴만 밀어 넣고 다 숨은 줄 착각하는 타조 같다. 나 혼자만 안도하는 거지, 다른 사람은 다 날 보고 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