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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시아 Jun 19. 2023

행복한데 불안해

뭔지 알지

분명 행복한 것 같은데

근데 불안하다.


그러니까 행복한데 불안하다.


이게 맞나 싶고...


행복한데 아쉽고

기분이 얄리얄리 얄라셩도 아니면서 얄딱꾸리 하다...


"재재"의 프로페셔널한 진행이 돋보이는 "문명특급"에 이광수가 나와서 행복한데 불안한 표정을 지었던 게 생각난다.




출처. 별솔의 life story




내가 다시 나를 생각해 본다.

나는 요즘 행복... 하...... 나?

"행복하다"라고 "다"로 끝맺음하려 했는데 "나"로 끝나버렸다.


그러니까

행복한데 불안하다는 말이다. 

하지만 무엇 때문에 내 심정이 행복과 불안을 동시에 느끼는지는 밝힐 수 없다.


"저는 눈썹이 너무 진한 게 콤플렉스예요."

 

라고 말하는 순간 여태껏 멀쩡했던 얼굴에서 화자가 말한 눈썹만 도드라져 보이게 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아무렇지 않게 보아 왔고, 그만하면 괜찮다고 한 중간은 가는 얼굴인데, 눈썹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면 잘 모르고 넘어갈 수 있었을 텐데, 구태여 스스로 꺼내어 말한 자신의 단점 때문에 사람들이 앞으로 그 사람의 얼굴을 볼 때는 얼굴에 동동 뜬 눈썹만 보게 만들어버린 거다. 이것이 바로 긁어 부스럼이겠지.


그래서 나는 왜 "행복한데 불안한 건지" 말을 할 수가 없다.

그건 정말 내 일기장에 고이고이 써서 모셔둬야지.


아... 이광수의 저 표정.

행복한데 불안한 저 표정.

뭔지 알겠다.


지금 내가 그렇다.

행복은 한데 불안해 미춰버리겠다.


이광수처럼 손톱을 죄다 물어뜯다가 손톱이 다 뜯어져 나갈 것만 같다.

어쩌지. 덜덜덜...


떨린다. 시험대 위에 오를 그날이.

무섭다.

나 너모 무서워.

이젠 되돌릴 수도 없는데 어디 가서 숨고 싶다.

내 하는 꼴이 어디 쥐구멍에 얼굴만 집어넣은 것 같다.

나는 꼭꼭 숨어 다 숨긴 줄 알고 안도의 한숨을 짓는데 알고 보니 얼굴만 밀어 넣고 다 숨은 줄 착각하는 타조 같다. 나 혼자만 안도하는 거지, 다른 사람은 다 날 보고 있다고...


벌써 가혹함이 느껴진다.

아... 불안해.

아... 행복해.

에이쒸... 어쩌지... 아흑...




*눈썹 이야기는 "희렌최"의 "할 말은 합니다" 책에서 인용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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