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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시아 Jun 05. 2023

백종원도 놀란 돈가스 가게 사장님의 말

성공하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한때 "백종원의 골목식당(이하 골목식당)"이 최고의 시청률을 자랑하던 때가 있다. 지금도 백종원의 명성은 자자하지만 "골목식당"에 출연했을 때가 백종원의 주가는 최고조가 아니었을까 싶다. 음식이 맛이 없거나 위생에 문제가 있거나 사장님 마인드가 특이하거나 해서 고전을 면치 못할 때 백종원이 짜잔 하고 나타나 솔루션을 제공해 주는 프로그램이었다. 고쳐 쓰는 거 아니라는 사람까지 고친 전적이 있으니 골목계 아니, 식당계의 바람을 불러일으켰었다.



자영업 특히 식당 자영업은 사람들이 참 만만히 보는 경향이 다분하다. 자격증이 필요한 것도 아니라서 '회사는 나 좀 적성에 안 맞는 거 같은데 음식점이나 해 볼까.' 하는 사람들이 꽤 많은 걸로 안다. 쉽게 생각하고 개업한 지 몇 달 안가 얼마나 또 문은 쉽게 닫던지.



무턱대고 자영업을 쉽게 보는 사람들이 자영업에 대해 알아야 할 사항들이 있다.


△식당 자영업은 말이 자영업이지 감옥이나 다름없다. 음식점 아르바이트를 해봐서 알고 있다. 감옥이나 다름없다는 걸. 빨간 날 절대 쉴 수 없다. 매출이 가장 높은 남들 쉬는 날에 남들과 똑같이 쉰다는 건 망하는 지름길이다. 고로 내 새끼들과 주말이나 공휴일에 즐거운 시간은 절대 보낼 수가 없다.


△남들이 맛있게 밥을 먹을 때는 고픈 배를 부여잡고 열심히 남이 먹을 음식을 만들어야 한다.

먹고살려고 하는 짓인데 먹지도 못하고 이게 뭐 하는 짓인가 현타가 온다. 슬프다.


△"종업원도 여느 집 귀한 자식입니다"라고 캠페인을 아무리 해대도 진상 오브 진상은 늘 있는 법.

온갖 갑질은 다 받아 줘야 하는 감정노동자이니 감정 따위 집에다 두고 출근하는 게 좋다.


음식 맛이 먹을만하네 수준인 평균 정도라 해도 이처럼 애로사항이 한두 가지가 아닐 텐데 음식 맛이 형편없고 사장님의 진심도 녹아들어 가 있지 않다면 고이 접고 가게 문을 닫는 건 이상할 일이 아니다.


알바도 이럴진대 업주 사장님은 머리털이 안 빠지는 것이 용하다.

알바는 집에 가면 종일 서 있어서 아픈 종아리를 주무르며 잠이 들면 되지만 사장님은 퇴근해도 잠을 쉽게 이룰 수 없다.

집에 가서도 가게 매출 걱정에 온갖 궁리를 하다 보면 잠을 제 때 잘 수나 있을까.



사장이라는 타이틀에 혹해 자영업의 세계로 뛰어들면 고독한 빠삐용이 된다. 주변에서 아무도 조언을 해주지 않는다. 애초에 가게 장소를 물색할 때 근방을 둘러보고 동종업이 없는 곳에 자신의 가게를 낸 것이니 궁금한 게 있을 때 노하우를 물어볼 비슷한 식당은 근처에 있을 리 없다. 물어본다고 대답을 해 주지도 않겠지만. 만일 프랜차이즈로 업에 뛰어든다면 본사 교육 때 배우기라도 하겠지만 지점마다 매출이 천양지차라는 것에 이미 답이 나온다. 조리방법, 메뉴, 위생 모두 비슷하게 운영을 할 텐데도 지점마다 모두 다른 매출 결과는 프랜차이즈를 한다 해도 모두 성공을 보장할 수 없다는 이야기가 된다. 하물며 간판부터 메뉴판, 레시피, 육수 등등 스스로 모든 걸 다 알아서 해야 하는 나 홀로 자영업의 업주들이야 말하면 입이 아프다.


그 모든 것은 사장 자신이 발로 뛰고 귀동냥으로 얻어야 하는 것일 뿐이다. 그야말로 혼신을 다해 일을 해도 성공할까 말까. 게다가 사장의 직계가족은 그 가게 하나만을 바라보고 사는 경우가 많다. 가게가 망하면 취미로 장사하는 게 아닌 이상 가정경제는 더욱 어려워진다.




하나부터 열까지 모든 고민을 안고 있는 자영업자들에게 백종원은 구세주나 다름없었다.


어느 날 "골목식당"에 좀 특이한 가게가 등장했다. 음식 맛은 백종원이 보장할 만큼 훌륭한데 매출은 어디 자랑할 수준이 아닌 돈가스집이 나타난 것이다. 음식점에서 가장 중요한 주방을 점검할 때 매우 까다롭기로 유명한 백종원은 사장님과 몇 마디 대화를 나눠 보더니 주방 점검을 할 필요가 없다고 깨닫는다. 잠시 동안 대화를 나누면서도 사장님만의 음식에 대한 고집과 뚝심, 철학을 엿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골목식당 프로그램에서 백종원이 유일하게 주방 검사를 안 하고 건너뛴 음식점으로도 유명하다. 


다행히 방송에 나온 게 신의 한 수였는지, 백종원의 특별한 솔루션이 없이도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이미 월등한 돈가스의 맛으로 식당은 유명해지게 되었다.


한데 호사다마라 했던가. 전국 각지에서 몰려드는 손님들로 시끄럽다며 식당 인근의 주택가의 주민들이 식당에 항의까지 하게 되고... 결국 조금 이상한 이유로 동네 사람들과 마찰을 겪고 있다는 걸 알게 된 백종원은 안타까운 마음에 그들을 자신의 제주 호텔 옆에 자리할 수 있도록 신경을 써 주었다.



그렇게 일단락되었고 제주 여행객들이 꽤 오랜 웨이팅까지 감수할 정도로 줄 서서 먹는 명소로 자리 잡았다는 후일담까지 듣고는 내 일처럼 참 흐뭇했다.


그리고, 시간이 훌쩍 흘러 동영상 하나를 접하고 깜짝 놀란 일이 있었다.




그날도 백종원은 골목식당에 출연해 솔루션을 주려던 참이었는데, 한 돈가스 가게에 들렀다가 바삭했던 돈가스가 시간이 조금 지나자 눅눅해지는 것을 보고 이상하게 여겼다. 백종원은 스스로를 전문가가 아니어서 모르겠다고 말하며 돈가스의 달인인 제주 연O의 사장님께 바로 전화를 건다. "돈가스가 눅눅해지는 건 왜 그런 거예유?" 하고 묻자, 지체 없이 답을 하는 사장님. "튀김온도가 안 맞아서 그럴 거예요." 다시 묻는 백종원. "그럼 튀김 온도를 몇 도로 해야 하는데유?" 그러자 깜짝 놀랄 질문이 돌아오는


"어디 거 쓰십니까?"


하고 튀김기 브랜드를 묻는다.


튀김기마다 튀김온도가 다르다며 해당 튀김기에 맞는 튀김온도를 바로 답을 해 준다.


"162도에서 164도 사이로 맞춰야 합니다."


튀김 설정 온도를 기계별로 다 암기할 일인가.

대충 이야기하는 것도 아니고 1도 단위로 외운 암기력이 빛을 발한다. 천하의 백종원도 입이 떠억 벌어지게 하는 클라쓰! 정말 멋진 사장님이다.

브랜드마다 다른 온도를 알고 있다는 건 그동안 수없이 많은 시행착오를 겪고 무수한 실험을 행했다는 결론이다.



처음 포방터 가게에서 자신의 요리에 자부심을 가지며 다른 이의 유혹 같은 조언에 타협하지 않는 모습이 너무 고지식해 보이기도 했었다. 한데 그만한 데는 본인의 노력이 밑바탕에 깔려 있어 스스로를 신뢰할 수 있었던 거구나 하고 이제야 수긍이 갔다.


또, 대한민국에서 내로라하는 백종원이 자존심을 팽개치고 무엇이든 궁금한 건 그때그때 물어보기를 주저하지 않고 배우는 자세도 놀라웠다. 그 정도의 위치라면 다른 사람의 눈, 특히나 전파를 타고 모든 이의 눈과 머리에 오래도록 남게 될 상황이라 멈칫할 수도 있는데 주저하지 않고 질문하는 모습을 보니 성공하는 데는 다 이유가 있구나 하고 또 느끼게 된다.



"내 몸이 고단해야 손님 입이 즐겁다."는 말을 하는 저 사장님의 철학이라면 가게가 망하려야 망할 수가 없겠다.

다음번 제주에 가게 된다면 줄이 좀 길더라도 연O 앞에서 나는 줄을 서고 있지 않을까.

바삭한 돈가스를 왕~하고 한 입 베어 문 나를 상상해 본다.




https://youtu.be/BScDrjDpdyY

"바쁘다 바빠 현대사회"에 이거 다 보실 필요는 없고요. 4분 40초부터 보시면 됩니다.^^




*대문에 먹음직스러운 돈가스 사진 출처.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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