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루시아 Oct 29. 2022

손을 쉽게 그리는 방법

이보다 더 쉬울 수는 없다




그림 그리는 걸 좋아하는 초5 딸아이가 끙끙거리며 그림을 그리고 있다.

취미생활을 저리 스트레스를 받으며 할 일인가...


자꾸만 지우개로 지우는 통에 이제 곧 종이는 제 명을 다할 것만 같아 보인다.

그림이라고는 고등학교 때, 짜다 만 페리오 치약의 구겨진 부분을 정밀 묘사하거나

두상만 있어 슬퍼 보이는 조각상 아그립바의 얼굴만 그리던 게 다인 나로서는 큰 도움이 안 될 것 같아 스스로 하게끔 별 관여를 하지 않는다.


하지만 도저히 안 되겠는지


나에게 SOS를 청하듯 딸이 묻는다.


"엄마~~ 손을 쉽게 그리는 방법 없어?"

 

아... 손... 손 때문에 저리 종이가 곧 찢어질 듯 지워댔던 거구나.





짐짓 생각하는 척을 하고 딸에게 느릿느릿 비법을 전수한다.


"그것은...

 등 뒤로 손을 보내면 손을 쉽게 그릴 수 있지."


"그건... 손을 안 그리는 거잖아."

"응.

 손을 쉽게 안 그려 버리는 거지."



......

 




내 보기엔 손 잘 그렸는데?



손... 손은?? 아니...! 엄마 말을 정말 잘 듣는구나... 이제는 인생 너무 쉽게 살면 안 된다고 이야기를 해 줘야 하나...


매거진의 이전글 편함을 추구하다 불편함을 얻었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