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분은 책을 무려 두세네다섯 권을 출간했는데도 정작 자신은 작가라는 호칭이 부담스럽다고 손사래를 치던데 나 같은 애송이는 이제 겨우 꼴랑 한 권 출간하고 떳떳하게 프로필에 <출간작가>라고 써놓았다. 어디서 나오는 자신감인지, 부끄러운 당당함. 에휴...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는데 어쩜 이리 나는 가벼이 고개를 빳빳이 쳐들고 있는가. 내 몸이 잠시 둘로 나뉠 수만 있다면 내가 나의 머리를 잡고는 제발 좀 숙이라고 정수리를 꾹꾹 누르고만 싶다.
어쩌자고 나는 이렇게 출간작가라는 타이틀을 달고 혼자 몸이 달아 어쩔 줄 모르는 것인가.
다른 사람들이 본다면 '출간씩이나 하셨는데 무슨 겸손을 이렇게 심하게 하세요.' 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냥 그뿐. 단순 운이 좋았을 뿐이다. 실력이 대단해서, 모든 이가 다 알아봐서 출간한 거라 생각하지 않는다. 그저 글을 읽는 출판 관련자분의 코드와 마침 내가 써놓은 글의 분위기가 운 좋게 딱 맞아떨어졌기 때문이겠지. 야너두 될 수 있어. 출간작가.^^;;
입에 맛난 게 들어왔는데
난 먹을 자격이 없다며
이걸 뱉을 수도
그렇다고 삼킬 수도 없어
입 안에 물고는 어쩌지 못해 침만 질질 흘리고 있는 꼴이라니.
내가 딱 그렇다.
이 타이틀을 떼자니 아쉽고
붙이고 있자니 거만해 보인다.
책을 여러 권 내신 찐 작가님들이 이런 나를 보면 얼마나 가소로워하실까. 하하 ;;;
오늘 브런치에서 오랜만에 응원지원금에 대한 운영정책 공지도 발표되고, 댓글에 답글을 바로 달 수 있게도 개선되고, 원 글을 쓴 이에게 <작가>라는 귀엽고 앙증맞은 타원형의 스티커도 붙어 있길래 갑자기 출간작가라는 타이틀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게 되었다.
이대로 타이틀은 둬도 괜찮은 건지.
아모르겠다. 남들은 내가 뭘 하든나에겐 그렇~~~게 관심이 없으니 내 하고 싶은 대로 하면 장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