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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시아 Aug 03. 2023

많은 걸 바라지 않습니다

이것은 결혼 장려 글인가

출처. shutterstock



집순이 와이프
요샌 부쩍 산책마저 귀찮아하는 거 알고

같이 가자 떼쓰지도 않고

혼자 산책도 잘 다니는 남편.


남편 없는 틈을 타

싱크대에 넣어둔 설거지엔 눈길도 안 주고

안방 침대에 몸을 던져 본격적으로 빈둥거린다.


어느새 산책을 다녀와서는

아이들 뭐 하나 둘러보고

와이프 뭐 하나

내 몸을 숨긴 안방까지 슥 확인한다.


그러더니 뭔가 윙~~~ 돌아가는 소리.

뭐지.

뭐가 돌아가는 거지.

뭔진 모르겠는데 시원한 바람이 나를 향해 불어온다.

 

벌써 거실로 모습을 감춘 남편을 향해 큰소리로 외쳐본다.

여보오~~ 혹시 자기가아 선풍기 틀었어어~?

응. 


아이고...


안방에 쳐 누워 핸드폰 높이 쳐들고 뒹굴뒹굴 하는 와이프를 위해서

무심히 툭

앉은뱅이 선풍기 전원을 눌러 주고 가는 배려심이라니...

와... 그럼 내가 감동을 먹잖아.


"오다 주웠다." 도 아니고

심심해서 발로 눌렀다인가.


그나저나

나한테 뭐 잘못해서 미안한 마음에

없는 배려 쥐어짠 건 아니지?

그래, 아닐 거야.

아닐 거라고 믿을게.


고마워.

뜻밖의 배려심.


시원한 바람을 쐰 지 1분밖에 안 됐지만

나는 발딱 일어나

선풍기를 끄고

주방으로 간다.

뽀득뽀득 설거지를 한다.

흥얼흥얼 콧노래를 부르며.





의외로 많은 걸 바라지 않습니다.

그 마음 하나면 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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