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을 다 먹고 각자 나름대로 한가롭고 평화로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중인데 딸이 뜬금없는 질문을 내게 해 왔다.
"엄마. 뽀뽀하고 키스는 어떻게 달라?"
초등학교를 겨우 한 학기 남겨두고 이제 곧 중1이 될 아이라 충분히 궁금하게 생각할 수 있는 부분이지만 갑작스러운 질문이라 난 당혹스러웠다.
만일 중학교 2학년쯤 되었다면
"어이구. 우리 딸 아직도 그걸 모르니~ 뽀뽀는 입술만, 키스는 응? 뭐가 들락날락하는 거잖아."
하고 말했겠지만, 아직 초등학생인 아이한테 혀의 입출입을 굳이 알려줄 필요가 있을까 싶었다.
그렇다고
"뽀뽀는 입술을 앙 다물고 하는 거고, 키스는 앙 다문 입술이 중간에 조금 벌어지는 거야."
라고 할 수도 없었다. 입술이 중간에 왜 벌어지는데? 하고 물으면 또 입출입을 설명해 주어야 하니 곤란하다.
또 다른 대답으로는
"엄마가 너희한테 해주는 건 뽀뽀고, 엄마랑 아빠랑 둘이 하는 건 키스지."
가 있지만 딸 앞에서 할 말은 아니다. 게다가 실제로는 안 하는데 딸이 확인할 길이 없다고 엄마가 돼가지고 거짓을 말할 순 없다.
이런 여러 대답을 종류별로 생각을 하고 있자니 상상만으로도 웃음이 터진다. 소름도 돋고.
어쩔 수 없이
"아직 어린 네가 벌써 굳이 그 둘의 차이를 알 필요는 없을 것 같아."
하고 무 자르듯 잘라 버리고 말았다.
아... 나도 정말 보수적인 사람 중 하나임이 분명하다.
딸아이는 이미 2차 성징을 시작했다. 어린 딸아이에게 절대 그런 일이 생기지 않길 바라지만, 육체만 놓고 보았을 땐 임신도 출산도 가능한 몸이므로 콘돔의 사용법까지 알려줘도 모자란 마당에 키스 그깟게 뭐라고 말하기 어려워 쭈뼛대는지.
엄마로서 난 자격 미달이 아닌가 싶은 마음에 내가 자꾸 작아지려 하는데 딸아이가 나지막이 이야기를 한다.
"옛날에 나 아기 땐 엄마랑 뽀뽀 참 많이 했는데 요새는 뽀뽀를 정말 안 하는 것 같아."
아이고... 세상에...
하루가 다르게 크는 딸아이의 덩치가 이제 나를 넘어서서는 6학년 아이가 아기 같은 표정을 하고 뽀뽀 횟수가 줄어들어 속상해하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니 참말 어울리지 않는 모습이다. 하지만 표정은 아직 아기처럼 귀여워 또 웃음이 터졌다.
"엄마랑 뽀뽀할 때가 그리웠어?"
하고 물으니
응! 하고 바로 대답할 줄 알았는데 대답도 바로 못하고 쑥스러워 배시시 웃는 딸.
까짓 거 어려울 것 없지.
고개를 약간 숙인 상태라 앞으로 흘러내린 딸아이의 긴 머리를 커튼 열듯 양쪽으로 열고 양 볼을 잡고 딸아이 입으로 내 입을 가져갔다.
영화 속 슬로우 장면처럼 시간이 갑자기 느리게 흘렀다.
뽀뽀하기 3초, 2초, 1초 전.
아. 안 되겠다. 딸이 커도 너무 커버렸다. 난 고개를 휙 돌려 볼에다 뽀뽀를 음~~ 쪽! 해주었다.
볼뽀뽀일 뿐인데 눈까지 꼭 감고 환하게 웃는 딸. 하하
어찌 저리 아직도 아기 같을꼬.
뽀뽀 하나에 세상 다 얻은 듯한 표정을 보니 하루에 3번씩 뽀뽀를 해줘야 하나 싶은 마음이 든다.
아니 윤하의 "비밀번호 486"처럼 하루에 네 번 사랑을 말하고, 여덟 번 웃고, 여섯 번은 키스 아니 뽀뽀를 해줘야 하나 싶은 마음이다.
이제 좀 더 세월 지나면 내가 하자고 해도 "엄마, 징그럽게 왜 그래." 할 날이 올 텐데, 뽀뽀해 달라고 할 때 열심히 쪽쪽 해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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