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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시아 Aug 26. 2023

"난 네 앞에 서 있어." 슬픈데 유쾌해

갑돌이와 갑순이 같은 김경남과 안은진의 하모니

https://youtu.be/01DtwSDkfFY?si=x2TVCcAUpEwBsIds


따분하고 지루할 때는 기분 전환 삼아 쇼츠나 릴스를 본다. 휙휙 넘기는 영상 속에 난데없이 귀에 꽂히는 그윽한 목소리! 그 목소리가 내 귀를 사로잡고 말았다. 


"난 네 앞에 서 있어." 한 소절로 무대를 찢었다. 어지간한 가수는 명함도 못 내밀만큼 목소리부터 그윽함의 절정이다. 

촌철살인의 대가면서 입바른 소리라고는 모르는 김구라가 진실의 미간을 찌푸리며 "노래 잘하네."라고 말했으면 끝난 거다. 노래와 전혀 관련 없어 보이는 김구라지만 저래 봬도 나름 "복면가왕"의 고인 물 아닌가.

  

제목은 "사랑한다 말해도"이지만 제목보다 더 기억에 남는 가사 "난 네 앞에 서 있어."가 더 기억에 남는 노래. 도입부에 낮고 깊게 깔리는 김경남의 목소리가 다 한 이 노래. 로맨틱한 남자 목소리에 가려 감미로운 안은진의 매력적인 목소리가 반감되는 것 같다. 하지만 잘했죠? 


"슬기로운 감빵생활"에서 멋진 교도관 역을 맡았던 이준호(정경호)의 동생이면서 다소 엉뚱했던 기자인 이준돌 역으로 나온 것만 알고 있었는데 우리 준돌이 언제부터 이렇게 노래를 잘 불렀니~ ♡.♡


김경남과 안은진의 노래를 듣다가 어느새 1절이 끝나버려 아쉬워하는데, 여자 어른이 얼마나 귀여울 수 있는지 알려주려는 듯 안은진이 말을 잇는다. 


1절이 끝났지만 우린 열심히 연습했으니 2절 끝까지 다 부르겠다고 그것도 매우 친절하게. 친절한 안내원인 줄. 


더없이 친절한 모습을 보여 줄 수 있었던 이유는 짧지 않은 간주 덕분(?)이었는데 


보통 노래방에서 노래를 부를 때 노래 자체는 좋지만 간주가 너무 길어 예약을 할까 말까 망설이다가 에라 모르겠다 예약을 콕 눌러버리긴 했는데, 내 차례가 와서 막상 부르면 길어도 너무 긴 간주 때문에 나도 민망하고 너도 민망했던 경험이 다들 한 번씩은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노래를 부르는 사람이 갑자기 사회자로 돌변해 안내멘트를 해 줘 버리는 이 발랄함에 안은진의 숨겨둔 매력이 뿜뿜 뿜어져 나온다. 


보통 라디오스타에서는 1절만 하고 끊는 경우가 많은데 노래방에서 연습을 무척 많이 한 게 아까워서 다 보여주자고 서로 의논하고 대화했을 모습이 눈에 선해 재미있다.


이 정도 실력이면 부스 하나 내주고 싱글 앨범 하나 내줘도 되지 않나 싶은 마음이 든다. 드디어 노래가 끝나고 모두가 감탄하는 표정으로 박수를 치며 잘 들었다고 하는데... 엉?? 끝나지 않은 노래. 


반주가 잘못했네.^^ 나도 속았...


모두 웃음이 터지고 어색한 광경에 안영미가 상황에 딱 맞는 한 마디를 하는데 


"노래가 꼬리에 꼬리를 무네." 


역시 안영미 당신은 개그맨이었어!!


"어쩌다 이렇게"로 끝나는 노래. 

"함께 있어 더 외로운 나"라고 읊조린 가사만 듣고 있으면 매우 슬픈 노래지만 어쩌다 보니 유쾌하고 즐거운 분위기를 자아내게 된 감동, 웃음 다 잡은 이 노래를 브런치 가족들과 같이 감상하고 싶어서 들고 와보았다. 이미 들어서 알고 계신 분들도 많으실 테지만 곡 전체를 다 들어보지는 않으셨을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 때문에. 


김동률과 이소라가 같이 부른 노래가 원곡이지만 난 왠지 김경남과 안은진의 이 노래가 더 오래 기억에 남을 듯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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