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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시아 Sep 07. 2023

으흐흑... 동생이 죽었어. 엉엉

아침해는 이미 떴지만 아직 나는 비몽사몽.

잠에서 깨려면 좀 더 시간이 필요한데  자고 일어난 딸아이가 내 곁으로 오더니 힘없이 주저앉는다.

그리고는 운다.


흐흑. 흐윽... 흑흑흑...


얘가 어디 아픈가? 느림보 잠이 놀라 확 달아나버렸다.


왜 그래, 왜, 왜. 왜 울어, 응?


꾸우메에... 흐으윽... 지후가... 어엉엉...


응? 왜, 꿈에?? 무서운 꿈 꿨어?


으응. 흑흑..


왜 무슨 꿈인데 그래 응?


지후가 죽는 꿈 꿨어. 허엉. 엉엉엉.


아이고 그랬어? 얼마나 놀랐을꼬. 아이공.. 그래서 슬펐어?


으응. 어엉엉.


평소 쿨내가 진동하던 딸인데 쿨함에 가려졌던 여린 마음이 한 번에 폭발했는지 참 서럽게도 운다.


동화 "해님달님"에 나오는 오누이 저리 가라 할 정도로 평소 남매지간에 사이가 매우 좋은 편이지만, 그래도 간혹 투닥거릴 때는 덩치 큰 누나가 꼬꼬마 동생을 쿡 쥐어박곤 했었다. 그럴 때마다 난, 지금은 네가 몸이 더 크지만 좀 더 나이 먹으면 지후가 남자라서 여자인 너보다 훨씬 더 키도 크고 덩치도 커질 텐데 그때 돼서 여태껏 맞았던 거 다 복수하면 너 어쩌려고 그러냐 해도 미래 따위 나 몰라라 아랑곳 않던 딸이었다.


그런데 아픈 걸로 끝난 것도 아니고 말도 안 되는 죽음을 직접 목격했으니 얼마나 놀랐을까. 비록 꿈이긴 해도. 저리 서글피 우는 걸 보니 정말 생생한 꿈이었나 보다.


꿈은 반대니까 울지 마. 응? 안 울어도 돼.


하고 달래도 좀처럼 진정을 못하는 딸내미라 아들에게 누나 좀 안아 주라고 이야기를 했다. 그러더니


흐느끼는 누나를 안아주며 아들 하는 말.


"누나, 우리 집에서 내가 제일 나이가 어려. 그러니까 내가 가장 늦게 죽는다는 이야기야."


푸핫. 그 와중에 나름 자기만의 논리로 우는 누나를 위로하는 막둥이. 네가 뭘 모르나 본데 오는 건 순서가 있어도 가는 덴 순서가 없단다...


딸~ 꿈은 반대래. 꿈에서 이가 빠지면 누가 죽는 꿈인 거고, 꿈에서 죽는 건 반대로 건강하게 오래 산다는 뜻일 거야.


꿈은 반대라는 말이 설득력이 있었는지 딸의 울음은 점차 사그라들었다. 이때를 놓치지 않고 딸에게 얼른 한 마디 더 했다.


이제 동생이 얼마나 소중한지 알겠지? 그러니까 앞으론 동생 때리지 말고 사이좋게 잘 지내. 알았지?


고개를 끄덕끄덕.

움직임이 크진 않았지만 결의에 찬 눈동자가 보였다.




학교에 데려다주려고 현관을 나서는데 딸내미가 동생 손을 꼬옥 잡고 걷는다. 여름 더위가 아직 남아 있는데도 불구하고.

정말 보기 좋은 광경이다.

늘 곁에 있어 소중함을 모르다가 떠나고 빈자리가 느껴지면 그제서야 소중함을 깨닫고 후회하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던 것 같다.


동생과 사이좋게 지내겠다고 눈물이 그렁그렁하고 고개까지 끄덕이던 이번 다짐은 왠지 꽤 오래갈 것 같은 느낌이다.  



https://youtu.be/DAz_W_W7C9U?si=rK_-G8-_s0XzAEuz

티격태격하지만 사이좋은 오누이. 악동뮤지션. "사람들이 움직이는 게"



*Pixabay로부터 입수한 Bob Dmyt님의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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