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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시아 May 16. 2024

문어 다리는 잘려도 다시 생긴다며?



딸이 말했다.

문어의 다리가 상처가 나서 잘려도 다리는 다시 자라난다고.

문어가 배가 고플 때 먹을 것이 없으면 자기 다리를 먹는다고.


딸이 묻는다.

커다란 어항에 문어를 몇 마리 집어넣고 사람이 문어를 먹고 싶을 때마다 문어 다리를 잘라먹으면 무한으로 문어를 먹을 수 있겠네?

잘라도 계속 다리는 생겨나잖아?

우리 딸... 문어가 많이 먹고 싶었니...


실제로 1998년 일본에서는 다리가 자꾸만 생겨나는 과잉재생으로 인해 무려 96개의 다리를 가진 문어도 발견된 적이 있다고 한다.


잘라도 계속 자라나는 다리니까 괜찮지 않을까 하는 그 말.

틀린 말은 아니지만 왠지 섬뜩하다.

나는 문어가 아니어서 다리가 잘려 나갈 때의 아픔은 알 수 없다만.


문어 아이큐가 엄청 높다던데.

인류가 멸망할 경우 지구의 차기 지배종으로 지목될 정도로.

큰 어항 안에서 생활하는 문어가

어항 밖에 저 왔다 갔다 하는 인간이 주기적으로 자기 다리를 자를 것을 알면서 살아간다면 어떤 기분일까.

어항을 탈출해서 보복하고 싶어지지 않을까?




이 상황을 그대로 인간에게 적용해 보자.

과학의 놀라운 급성장으로 인간 육체의 재생능력이 문어만큼 탁월해졌다고 가정 보는 거다.

과학자들도 외계인은 존재한다는 의견으로 많이들 기울던데

만일 그 외계인이 지구를 침공하여 정복하고 인간을 동물원과도 같은 인간원에 가두고 팔을 잘라 실험한다면?



그리고 이런 말을 한다면?



"팔 잘라도 어차피 너의 팔은 계속 자라나니까 이번 팔은 내가 좀 쓸게."





사람의 기억은 시간이 흐르면 점차 희미해진다.
어차피 기억에서 잊히니까 잊을 수 있으니까 주기적으로 상처를 주어도 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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