밝은 조명에 익숙한 연예인이 조명을 최대한 어둡게 해서 무대에 서 있긴 한 건지 잘 보이지 않을 정도로 검은 옷을 온몸에 휘감고 그나마 남은 얼굴까지 검은 모자로 모두 가려 숨기는 일은 거의 본 적이 없다. 이렇게 철저히 자신을 가린 건 오직 노래를 위해서다. 노래의 감정선을 살리기 위해서. 그리고 결국 이 노래는 듣는 이의 마음에 와닿아 파문을 일으킴으로 노래를 부른 그의 이름은 더욱 밝게 빛났다.
이창섭이 훌륭히 소화해 낸 곡이니 원곡은 얼마나 더 대단할까. 영화든 노래든 원작을 뛰어넘기 어렵다는 생각에 일본 가수 나카시마 미카의 원곡을 재빨리 검색해 들었는데 오 마이갓!
노래라기보다 절규에 가깝다. 나 이렇게 힘들어요, 나 당장 죽고 싶어요를 온몸으로 표현한 행위예술 같달까.
무대에 오른 희극인들은 웃음을 주기 위해 연기를 펼칠 때 관객보다 먼저 웃지 않는다. 관중을 웃기기 위해서는 자신의 웃음은 최대한 배제한다. 또 사람들을 울려야 할 때는 자신의 눈물은 보이지 않고 덤덤하게 연기하여야 관객들의 감정을 최대한 끌어올릴 수 있다. 한데 나카시마 미카는 그것을 간과했다.
그리고 또 하나. 노래와 어울리지 않는 착장.
이제 곧 죽어도 이상하지 않을 노래를 부르면서 보석이 박힌 하이힐과 몸 윤곽을 모두 드러낸 의상은 안타깝게도 노래의 감정이입을 방해한다. 공감은커녕 가수의 감정은 나와는 동떨어진 곳에서 머무르니 이질감마저 느끼게 된다.
그래서 이 곡은, 자신보다 노래를 더 앞에 두고 철저히 뒤로 한 발자국 물러나 담담히 부른 이창섭에게 더 잘 어울리는 것 같다.
원곡자 이무진은 자신의 노래를 자신보다 훨씬 더 잘 부르는 선배 가수가 많다는 것을 이미 깨닫고 좌불안석이다. 아무도 자신의 곡을 건드리지 않기를 바라는데 전현무가 그걸 놓칠 리가 없다. 노래가 생각보다 어렵다고 중간에 숨 쉴 곳도 없고 음의 높낮이도 무척 심해서 부르기 굉장히 까다로운 곡이라 방금 설명한 이해리였는데 앉은자리에서 가뿐히 불러버리고 말았다. 그것도 매우 달콤하게. 이무진의 저 당황한 표정은 귀엽기까지 하다. 귀여운 건 귀여운 거고 이 노래는 이해리 버전이 듣기 편하다. 이무진 님께는 미안합니다. 꾸뻑^^;;
최근 버블 시스터즈가 히트곡 "애원"을 라이브로 부르는 것을 들었는데 그녀들 역시 세월을 비껴가진 못했구나 안타까웠다. 원곡이 갖는 그 애절함이 느껴지긴 했지만 고음과 호흡에서 뭔가 불안한 느낌이었다. 그런데 '싱어게인'에서 아샤트리의 노래를 들으니 너무 감미롭고 애절해 몇 번을 들었는지 모른다. 듣고 또 듣고 마음 푹 놓고 원 없이 들었으니 니 곡 내 곡을 완벽히 시전했다고 할 수 있겠다. 특히 2절을 부른 문지원의 허스키하면서도 애절한 애드리브(2분 10초)는 전율을 느끼게 한다. 싱어게인에서 부른 "내가 많이 사랑해요" 또한 원곡(이승철)을 뛰어넘는 감동을 느끼게 하는데 왜 수상은 못 한 건지. 수상운은 안 따라주었지만 둘의 화음과 합을 보자니 앞으로 미래가 기대되는 그룹이다. (다비치는 바짝 긴장해야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