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뒤를 살금살금

걸리지 않게 조심조심

by 루시아



엄마 뒤를 살금살금

들키지 않으려 조심조심


엄마는 도둑이 되어 성큼성큼

나는 꼬마경찰이 되어 쫑쫑쫑쫑

출발선도 달라

체급도 달라

간격이 좁혀질 리가


자꾸만 허둥거리며 뒤를 밟아도

자꾸만 자꾸만 벌어지고 만다


시장에 가면

배추며 열무며 시래기며 아이들 과자 대신할 주전부리며

잔뜩 사서

머리에 이고 지고

양손 가득 짐 들려면

아이를 떼놓고 혼자가 편하니


엄마 금방 댕겨오께

쪼끔만 집에 있어라잉


네에

대답은 찰떡같이 해놓고

엄마 몰래 따라나선다


집에 혼자 있을 아이

행여 다칠까

행여 무슨 일 날까

걱정되어


경보선수가 종종걸음 걷듯

세상 바삐 걷는 엄마


스무 걸음 뒤로

뱁새가 황새 쫓듯

뛰다시피 걸어 간격을 좁히려는 아이


다섯 살 아이는 엄마를 놓칠라

살금살금 걷는 것도 까먹고

우당탕탕


옴마야!

엄마가 돌아본다

집에 있으라 했는데

밖에 나와 있는 걸 들키면

꾸지람 들을까 허겁지겁

전봇대 뒤로 냉큼 숨는다


엄마는 고개를 갸우뚱

휴우

다행이다

다시 또 엄마를 쫓아 뒤뚱뒤뚱 걷는다


맨날 엄마 얼굴은 앞에서 마주 보았지

맨날 엄마 얼굴은 옆에서 바라 보았지

엄마의 뒷모습은 낯설기만 해

얼른 엄마를 앞지르고 싶지만


짧은 내 다리로

가당치도 않아

내 다리를 탓하면서 뛰다시피 걷는다


몇 걸음 지나

또 한 번

고개를 돌리는 엄마


이번엔 커다란 나무 뒤로 나를 숨기고

다섯만 세고 나가 엄마를 쫓아가려 했는데

앗!

엄마와 눈이 마주치고 말았네


큰일이다

혼나겠지

집에 있으랬는데

밖에 나와 있는 나는

얄짤없이

혼나겠지


이상하다

엄마가 혼을 안 내고

화도 안 내고

빙긋 웃으며

나를 보신다


환하게 웃진 않지만

나를 보고 손짓한다


이리 온나


손짓한다





어릴 적 아빠는 중동으로 일하러 가시고 엄마는 우리 삼 남매를 키우시느라 홀로 무던히도 애를 쓰셨다. 머리에 짐을 이고 남은 손으로 짐을 들고 돌아오려면 내가 쫓아가지 않는 게 엄마를 도와드리는 건데 그땐 그걸 모르고 그냥 엄마가 좋아 무작정 따라나선 어린 철부지 시절이 떠올랐다. 아직도 그 모습이 생생히 떠오른다.



*이미지 출처. 네이버 지식백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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